"기록 갱신은 의식하지 않아요. 그저 지금 서 있는 3루에서 올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4년 전 호리호리한 체구로 프로 무대를 밟았던 유망주 황재균(22. 히어로즈). 그가 경험을 먹고 자라나며 2009시즌 진짜 주전 내야수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06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현대 유니콘스에 2차 3순위로 입단한 황재균은 2009시즌 초반부터 정확한 타격을 보여주며 히어로즈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히어로즈가 13경기를 치른 20일 현재 그의 성적은 4할6푼8리(47타수 22안타, 1위) 3홈런 10타점으로 탁월하다. 최근 13경기 연속 안타 및 6경기 연속 멀티 히트 행진을 기록 중인 황재균의 배팅은 영양가가 높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막 이후 히어로즈가 이 거둔 7승 중 4승이 그의 방망이에서 비롯된 것은 물론 황재균의 득점 창출(Run Created, 출루수*누타/타석)점수는 16.88점으로 1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음에도 대단히 높다. 27개의 아웃 카운트로 세분했을 때 황재균 급 9명의 라인업으로 경기 당 15.72점을 뽑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이다. 정작 선수 본인은 겸손했다. 황재균은 13경기 연속 안타 및 6경기 연속 멀티 히트 행진 등에 대해 묻자 "별로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살아 나가겠다'라는 생각 중 상대 실투가 운 좋게 나온 것 뿐이예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파괴력 넘치는 2번 타자로 타선을 이끄는 선수 답지 않은 소박함이 묻어나왔다. 현재 183cm 84kg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황재균은 고교 시절 70kg 초반으로 호리호리한 체구의, 발빠른 공격형 유격수였다. 그에 반해 지금은 10kg 가량 몸무게가 늘어난 상태로 프로 데뷔 초기와 비교했을 때 황재균의 체격이 더욱 당당해졌음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무게 증가 전과 후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고교 졸업 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습니다. 예전에는 마른 체형이었는데 계속 근력 증강을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다보니 생각보다 타구 비거리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시즌 개막 전 이명수 타격코치께서 지도해주시는 가운데 스탠스를 조금 더 넓게 하고 거치적 거리는 팔 동작을 간결게 하게면서 힘을 더 싣게 된 이유도 큽니다" 사실 황재균에게 최근 맹타가 결코 좋은 의미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타구가 제법 잘 맞아나갔으나(2할9푼2리 9타점) 시간이 갈 수록 부진한 모습을 보여 나중에는 질타를 많이 받았다"라고 이야기 한 황재균은 '산이 높을 수록 골이 깊다'는 말을 염두에 두고 그라운드에 서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만큼 그는 2009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보다 팀을 위한 3루수로 거듭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임을 밝혔다. "어떤 기록을 노리고 시즌을 맞이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목표가 있다면 '히어로즈 3루수는 황재균'이라는 것을 시즌 끝까지 야구 팬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서도 저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라며 이야기를 마치던 그의 눈은 3루 베이스를 향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하다 LG로 이적한 정성훈(29)의 공백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뜻이 비장한 어조로 흘러 나왔다. 지난해까지 유격수로 더 많은 출장기회를 가졌던 황재균에게 2009년은 '3루수 자리매김'이라는 목표가 달려 있다. 시즌 초 스포트라이트에 안주하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그가 2009시즌이 끝나는 날 히어로즈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확실하게 우뚝 설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