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인기 끌려면 '3F'
OSEN 기자
발행 2009.04.21 17: 27

톱스타나 인기 작가가 드라마를 좌우하는 시대는 지났다. 재미있는 소재도 캐릭터가 죽어있으면 쓸모없다.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영화 같은 역전극을 이루기도 하는 드라마 판도에서 요즘 인기를 끄는 것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fun(재미)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가장 큰 덕목은 코믹함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남자이야기’의 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내조의 여왕’ 등장인물들의 때로는 유치하고 때로는 뭉클하게 감동을 주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그 자극성 때문에 막장 드라마란 비판도 거세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재미’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듯하다. 스피디한 전개가 이뤄내는 통쾌함, 강렬한 캐릭터들의 과장을 용인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아내의 유혹’에게는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미워도 다시 한 번’은 카리스마 넘치는 중견배우 최명길과 전인화의 연기를 보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female(여성) 최근 인기를 끄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여성이 주인공들이다. ‘내조의 여왕’은 김남주, 이혜영이 이야기의 두 축을 이루고 있고, ‘미워도 다시 한 번’ 역시 최명길, 전인화 등 중년 여성파워가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의 주인공 장서희와 김서형은 서슬 퍼런 복수의 화신들로 분해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줌마렐라’에서 이어지고 있는 나이 찬 여성 캐릭터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 여자 주인공들을 내세운 SBS 월화드라마 ‘자명고’는 기대에 하염없이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왜그럴까?‘자명고’ 속 여성들에게는 'fun'이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여성이 요즘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fancy(공상) 경제 위기, 척박한 현실 속 시청자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드라마가 필요한 듯 하다.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사회적 정서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거란 예상은 가뿐히 무너졌다. ‘내조의 여왕’ 역시 샐러리맨의 비애를 다루지만, 현실을 코믹하게 그려낸 환상물에 가깝다. MBC 해외 사업팀 관계자는 '내조의 여왕'이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에 판매된 것을 두고 “한류 스타가 출연하지 않았고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대작이 아니지만 세계적인 경제 침체기에 발랄하고 코믹한 요소의 드라마로 잠시나마 웃을 수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리얼하게 폭로(?)하는 ‘남자이야기’가 불편하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꽃보다 남자’, ‘미워도 다시한번’속 휘황찬란한 재벌 이야기가 어쩌면 더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오히려 현실과 너무 닮아있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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