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비교하면 심적인 안정을 찾았다". SK 안방마님 박경완(37)이 좌완 선발 전병두(25)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경완은 지난 22일 문학 롯데전에서 좌월 만루홈런으로 프로사상 8번째로 900타점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홈런은 팀이 올 시즌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게 하도록 이끌었다. 또 포수로서는 전병두의 시즌 첫 승을 도왔다. 이날 전병두는 5이닝 5피안타(1홈런) 3볼넷 8탈삼진으로 1실점했다. 소화한 이닝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4회를 제외하고 매 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차분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박경완은 시즌 첫 승을 거둔 전병두의 이날 피칭에 대해 "볼 자체 구위는 지난 15일 문학 LG전(5⅓이닝 3실점)에서가 더 좋았던 것 같다"며 "2회까지는 기복이 있었지만 3회부터 안정을 되찾았다"고 평했다. 그러나 박경완은 무엇보다 전병두의 성격에 주목했다. '좌완 파이어볼러'로서의 구위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이상 어떻게 전병두가 가진 기량을 유지하는가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박경완은 "이날 3회 마운드에 올라가 전병두에게 '편하게 던져라. 내가 모든 것은 다 책임지겠다. 나만 믿고 던져라'고 어깨를 다독였다. 원래 순간적으로 변화가 심한 투수라는 점에서 안정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박경완은 전병두가 작년과 비교해 상당히 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이적한 후 조용해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데 올해는 좀더 활발하게 바뀌었다"고 웃었다. 이 말은 결국 전병두는 심적 안정만 찾으면 자연스럽게 모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투수라는 뜻이다. 그 만큼 쉬우면서도 또 까다롭고 예민한 투수다. 전병두는 올 시즌 상당히 바뀐 모습이다. 취재진은 물론 다른 동료 앞에서도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던 전병두였지만 이제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농담을 하며 여유를 내보이기도 한다. 지난 15일 LG전 시즌 첫 선발에 앞서 경기장으로 들어서던 전병두는 "오늘은 느낌이 좋다"고 말해 첫 승에 대한 예감을 드러내는 듯 했다. 그러나 곧바로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오히려 이런 날이 기분이 좋다는 말이다. 등판과는 상관없다"고 농담하며 웃기도 했다. 얼마전 박현준 등 신인투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라고 하자 "저도 제대로 못하는 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던 전병두였지만 이날 경기를 마친 후에는 SK 선두단의 진솔한 모습을 담고 있는 OBS TV의 '불타는 그라운드' 스태프가 내민 카메라를 향해 웃을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평소 같으면 못하겠다며 꽁무니를 뺐을 상황이다. 전병두는 "자신감은 처음부터 있었다"면서도 "슬라이더 컨트롤을 헤맸다. 그렇지만 2회 박경완 선배가 무조건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로 집어넣으라는 주문을 받은 후 안정을 찾았다"고 밝혔다. 특히 "홈런을 맞은 상황은 타자가 잘 친 것 같다. 지난 LG전에서 정성훈 선배에게 맞은 홈런이랑 똑같은 코스였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종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자신감 넘치는 말이었다. 김성근 SK 감독은 전병두의 피칭에 대해 "힘을 뺄 때 뺄 줄 안다"며 "힘만 빼면 충분히 선발에서 놀 아인데 이제야 그런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매 시즌에 앞서 최고의 기대를 모으는 전병두. 조금씩 자신감과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면서 그 영향이 구위에도 전달되고 있다. 전병두에게 있어 2009시즌이 과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시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letmeout@osen.co.kr 전병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