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가슴으로 삼켜낸 명인(최명길 분)은 다시 세상에 우뚝섰다.
KBS 2TV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이 23일 24회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초반 명품드라마로 시작해 극 중반을 넘어서면서 진부한 출생의 비밀을 내세우며 막장 드라마라는 실망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절제의 미학을 드러내며 깔끔한 마무리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울렸다.
명인은 회사를 모두 정리하고 첫 사랑 유석(선우재덕 분)과 세상 사람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반지를 맞추고 돌아오는 차안의 명인과 유석은 뒤따라오는 카메라를 피하려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상케 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유석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석이 떠난 것을 인정 할 수 없었던 명인은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 처럼 살았지만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정훈(박상원 분)의 따뜻한 눈물 속에 다시금 세상으로 나왔다.
정훈은 끝내 혜정(전인화 분)을 떠나보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세상에서 서로를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함을 갖고 있었다. 윤희(박예진 분)와 민수(정겨운 분)는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다 자신들의 부모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현명함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지켰다.
이날 무엇보다 빛났던 것은 완급을 조절하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 였다. 특히 최명길은 떠나간 유석을 그리워하며 끝내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에서 그 절절한 아픔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이 장면에서 흘렀던 이문세의 '옛사랑'도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게 만들만 했다.
또 마지막회인 만큼 혜정과 정훈이 윤희 앞에서 서로의 핏줄을 확인하며 눈물을 쏟아낼 줄 알았지만 서로를 위해 마음으로 모든 말을 삼켜내는 부분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게 만들었다.
드라마는 "세상도 사람도 아무리 미워도 다시 한 번 부딪혀 보겠다"는 명인의 얼굴에서 끝이 났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원망하고 고민하고 또 원하는, 명백히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정말 뜨겁게 살아라는 말을 전하며 그렇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적시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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