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좋았던 드라마들은?
OSEN 기자
발행 2009.04.24 11: 14

‘결말’을 보면 그 드라마를 알 수 있다. 한국 드라마는 시청률 때문에 첫 방송에는 온갖 정성을 쏟으면서도 마지막 방송은 제작 여건 등을 이유로 신경을 안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그 드라마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는,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최근 SBS ‘아내의 유혹’은 결말이 공개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악역 애리(김서형)의 자살이라는 내용은 그간 초스피드하게 진행된 이 드라마의 강렬한 내용 못지않게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화제성 면에서는 단연 으뜸이지만 결말의 내용 역시 이 드라마를 옥죄었던 ‘막장’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하지만 드라마를 관통한 작가의 색깔 하나는 끝까지 확실했던 셈이다. 23일 종영된 KBS 2TV ‘미워도 다시한번’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반의 긴장감을 잃고 중년의 사랑이 보다 밀도 깊게 그려지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 소재는 역시 ‘막장 논란’을 가져왔다. 하지만 마지막회에서는 작가의 주제 의식으로 돌아와 시청자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켰다. 주인공 한명인(최명길)이 사랑을 잃은 고통을 이겨내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채 다시한 번 세상과 부딪히는 모습은 ‘미워도 다시한 번’의 작가가 바라본 인생관이었다. 마지막 부분 화면에 등장한 시와 환상 같은 정지 컷으로 끝맺은 한명인의 화사한 모습의 이미지가 특별했다. 은혜정(전인화)과 최윤희(박예진)는 그들이 친모녀 사이임을 알면서도 서로를 지나쳐갔다.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꽃보다 남자’는 만화적인 상황으로 끝맺으면서 최대한 안전한 선택을 했다. 서민소녀 금잔디(구혜선)가 노력 끝에 의사의 길을 걷고, 성공한 구준표(이민호)가 헬기를 타고 바닷가에 와서 잔디에게 프러포즈하는 내용은 극도의 판타지이지만 드라마와 어울리는 결말이다. 그렇다면 결말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드라마는 없었을까?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은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의 마침 없이 그냥 삶의 한 지점에서 끝을 내는 법이 많다. 주인공이 울고 있거나 집안 잔치를 하는 도중 갑자기 드라마를 마치는 것이다. 압박적으로 마지막회에서 드러내는 특별한 메시지나 강렬한 이미지가 없이도 소소한 여운을 남긴다. 많은 이들에게 인상을 심어준 결말은 SBS ‘파리의 연인’이었다. 보는 이의 가슴을 녹였던 러브스토리가 결국 여주인공의 한낱 꿈으로 처리됐을 때 애청자들은 배신감까지 느꼈다. 김은숙 작가의 다른 작품 ‘온에어’는 터질 것 같던 팽팽한 긴장감이 달콤한 사랑이야기로만 귀결돼 실망을 얻기도 했다. 보통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로맨틱코미디에서 보다 현실적 결말을 택한 MBC '내 이름은 김삼순‘도 있었고,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했던 시한부 인생의 남자주인공이 그 어머니의 양아들에게 생명을 넘기고 남자주인공을 사랑했던 여주인공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은 진한 멜로드라마로서 절절한 슬픔을 안겨줬다. 관계자들은 역시 자살과 충격적 죽음로 귀결됐던 2004년 방송된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을 인상 깊은 결말로 꼽기도 한다. 주인공 재민(조인성)이 사랑하는 여자 수정(하지원)과 또 다른 수정을 사랑하는 남자 인욱(소지섭)을 죽이고 자살하는 대목은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그려지지 않았던 강렬한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웠다는 평이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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