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부진', 무엇이 문제인가
OSEN 기자
발행 2009.04.25 07: 05

[OSEN=강재욱 객원기자]‘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8시 10분 돌핀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한다. 박찬호는 25일까지 3게임(2선발)에 등판해 9⅓이닝 15피안타(2홈런) 4볼넷 5삼진 9실점(자책)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8.68을 마크하고 있다. 지난 시범경기 때의 21⅓이닝 동안 2승무패 평균자책점 2.53의 호투를 펼쳤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시범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당당히 5선발에 입성한 박찬호지만 지난 두 번의 선발등판서 실망스런 성적을 남기며 5선발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단 두 번의 선발등판 만에 벌써부터 필라델피아 지역 언론은 J.A 햅을 선발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찬호의 입지가 좁아진 현 시점이다. 따라서 이번 세 번째 선발등판은 박찬호가 앞으로 5선발 사수에 있어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지난 20일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샌디에이고전이 끝난 후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이 당분간 박찬호에게 계속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밝힌바 있지만 선발등판 2경기 만에 선발보직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는 점은 반대로 살펴보면 박찬호에 대한 인내의 끝이 보인다는 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박찬호가 시범경기 때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이렇게 부진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심리적인 문제점 박찬호의 지난 두 번의 선발등판을 살펴보면 마운드위에서 너무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구위가 많이 떨어짐에 따라 도망가는 피칭으로 일관된 투구를 함으로써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결정구를 원하는 곳에 꽂아 넣지 못했고 풀 카운트 승부가 많았다. 필라델피아의 주전 포수인 카를로스 루이스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가운데 백업포수인 크리스 코스테와 두 번의 호흡을 맞춘 박찬호는 투․포수간의 사인미스가 잦았다. 예민한 성격의 박찬호는 과거 전담포수를 뒀을 만큼 마운드 위에서 투․포수간의 호흡 면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달라진 환경 지난해 박찬호는 고향과도 같은 LA 다저스로 복귀해 부활에 성공했다. 사실 박찬호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낯선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박찬호는 지난 샌디에이고전을 통해 시티즌스뱅크파크서 첫 신고식을 치렀다. 첫 선발등판이었던 콜로라도전 보다는 구위가 낳아지긴 했지만 시속 95마일(153km)을 한 번 찍었을 만큼 직구의 구위가 아직 정상궤도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서 주무기인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가 빛을 잃었다. 박찬호를 철저히 분석하고 타석에 들어선 상대 타자들은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카운트서 인내심을 가지고 박찬호의 공을 기다렸고, 이 결과 박찬호는 풀카운트승부를 여러 차례 기록하며 투구 수가 급격히 불어나며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이 같은 원인은 홈구장인 시티즌스뱅크파크가 타자 친화적 구장임을 인식한 가운데 낮게 제구하려는 마음에 제구에 신경쓰다보니 오히려 더 역효과를 낳았다. 새로운 변수 필라델피아의 선발진은 24일까지 7.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하위에 랭크됐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콜 하멜스가 지난 24일 밀워키와의 홈경기서 4회 프린스 필더의 라인드라이브성 강한타구가 왼쪽어깨를 강타하며 강판을 당했다. 현재 콜 하멜스의 상태는 단순 타박상인 것으로 밝혀지며 데이 투 데이(day to day) 상태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당분간 결장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선발투수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필라델피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메이저리그 117승의 관록의 박찬호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스스로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호투를 펼쳐준다면 오히려 그간의 비난들을 불식시키며 선발투수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찬호가 세 번째 선발등판 만에 시즌 첫 승 달성에 성공하며 호투를 펼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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