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요즘 한국영화계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쥐'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복귀작인데다 송강호 김해숙 신하균 등 연기파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연기력 논란을 몰고 다녔던 얼짱 출신 글래머 김옥빈의 깜짝 변신도 화제다. 그런 '박쥐'가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개봉전 마케팅 전략은 제대로 먹히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이미 투자와 크랭크인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포스터 공개, 프리미엄과 언론 시사회를 거칠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시사회 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던 송강호의 성기 노출 장면은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별다른 악평은 보이지않고 온통 '박쥐'에 대한 호평으로 가득차는 분위기다. 여기에 금상첨화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장까지 손에 쥐었다. 지난 23일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박쥐’를 포함한 경쟁부문 진출작 20편을 발표했고 벌써부터 '박쥐'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박찬욱 감독은 물론이고 한국영화와 칸의 깊은 인연을 감안한다면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박 감독은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박쥐’의 주연배우 송강호는 2006년 감독주간에 올랐던 ‘괴물’,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 지난해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았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4번째로 칸의 레드 카펫을 밟게 됐다. 칸에 관한한 배용준 이병헌 장동건 권상우 등 한류스타들의 유명세가 전혀 부럽지 않은 게 송강호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2000년 ‘춘향뎐(임권택 감독), 2002년 ‘취화선’(임권택 감독, 감독상 수상),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 감독), 2005년 ‘극장전’(홍상수 감독),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과 ‘숨’(김기덕 감독)에 이어 ‘박쥐’가 8번째다. 이렇다보니 영화 '박쥐'의 홍보는 제작사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언론이 앞장서 북을 치며 피리를 불고 있다. '괴물'과 '디워' 이후 개봉 전부터 큰 이슈를 모을만한 한국영화 대작이나 수작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도 '박쥐'에 가산점을 얹어줬다. 그러나 '박쥐'가 대중, 즉 상업영화에 길 든 일반 영화팬들이 좋아하고 즐길만한 영화인지는 미지수다. 충무로 영화관계자들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일부 회의적인 반응이 목격되고 있다. 사실 예술성을 높게 따지는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자체가 '박쥐'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JSA 공동경비구역'으로 흥행 대박을 친 이후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 3부작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의 영화는 작가적 성향에 더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박 감독의 국내 위치가 굳건해지고 세계 영화계에서 명성이 높아질수록 작품 내 자아 표현도 더욱 강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쥐'는 박 감독이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 작품이다. 처음부터 칸 등 국제영화제와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찍었음에 분명하다. 한국영화 최초로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가 투자와 배급을 유치한 영화가 '박쥐'였고 북미배급을 총괄하는 포커스 피쳐스는 유니버셜 픽쳐스 인터내셔널 스튜디오 계열의 전문 투자 제작 배급사다. 박 감독 자신이 "대규모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혔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비해 '박쥐'의 상업성은 몇 단계 높아졌지만 일반 영화팬들이 즐길만한 스토리 전개나 화면 구성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개봉 당시 비와 임수정의 출연 등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상업영화인냥 홍보했던 마케팅 전략 탓에 박 감독은 상당수 관객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이번 '박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박 감독의 탐미적 작품 세계에 푹 빠지거나 이를 이해하는 영화팬들은 '박쥐'에 환호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중적 취향에 잘 어울리지 않음에도 대박 흥행을 목표로 진행되는 홍보 마케팅 전략은 또다른 박찬욱 안티팬들을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