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에 대한 팬들의 안도, 그리고 야구 환경
OSEN 기자
발행 2009.04.26 20: 38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모두들 식겁했을 법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새로운 중심 타자로 떠오른 김태균(27. 한화 이글스)의 '혼절'은 짧은 순간 야구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김태균은 26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 1-0으로 앞선 1사 2루서 볼넷으로 출루한 뒤 후속 타자 이범호(28)의 타석에서 상대 선발 김선우(32)의 폭투에 편승해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김태완(26)의 우전 안타에 홈으로 쇄도하던 김태균은 포수 최승환(31)에게 태그아웃 되는 동시에 땅에 머리를 찧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그라운드에 누워 잠시 동안 미동도 하지 않은 김태균의 모습에 3루 측 한화 팬들은 물론 1루 측 두산 팬들까지 상당수가 기립해 그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이 나왔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통해 '김국민'으로까지 격상된 그였던 만큼 어느 한 팀의 팬임을 막론하고 많은 팬들은 김태균이 들것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구장을 직접 찾은 팬들만이 아니었다. 김태균에 관련한 기사 댓글은 물론 각 야구 커뮤니티서도 김태균의 상태를 걱정하는 팬들의 마음이 물씬 배어나왔다. 병원 후송 도중 김태균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마치 한 ip에서 쏟아진 의견처럼 '다행입니다'를 연발했다. 그와 함께 대두된 것은 응급 처치 면이었다. 잠실 구장은 지난 2000년 4월 갑작스러운 심장 쇼크 이후 아직까지도 병상을 지키고 있는 '임수혁(롯데)의 비극' 이후 매 경기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은 구장이다. 그러나 구장에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의 대처 능력이 아쉬워보였다.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봤을 때도 대처가 능동적이지 못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김태균은 충돌 직후 호흡을 보이지 못하다가 상의 단추를 풀은 후에야 호흡을 위해 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충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력으로 호흡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들것으로 실어 나르는 와중에도 흔들림이 많았다는 점도 아쉬웠다. 들것 밖으로 빠져나온 김태균의 손은 마치 죽은 사람의 그것처럼 힘없이 진동에 따라 흔들렸다. 그나마 잠실이었기에 대처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뿐 상대적으로 응급 의료 시설 구축이 취약한 다른 지방 구장서도 얼마든지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찔한 순간이었다. 후송 도중 다행히 의식을 되찾은 김태균은 "목 뒷부분이 뻐근하다"라며 통증을 호소했다. 심각한 뇌진탕이 우려되었음에도 별 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으나 후두부 충격에 의한 근육통으로 인해 당분간 경기 출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타 종목에 비해 지구력을 필요하지 않는 대신 훨씬 더 높은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야구는 얼마든지 위험한 순간이 닥칠 수 있는 종목이다. 팬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던 김태균의 '기절'은 그저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넘겨 짚어서는 안된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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