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성국-동국-태욱, '클래스'는 영원하다
OSEN 기자
발행 2009.04.27 08: 31

리버풀의 전설적인 '명장' 빌 샹클리가 남긴 '컨디션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명언은 때론 정답인 때도 있고 가끔씩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때 이름을 날렸으나 후발 주자에 밀려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물론 전성기가 지났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한 조각 긍지에 의지한 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바로 이천수(28, 전남 드래곤즈) 최성국(26, 광주 상무) 이동국(30) 최태욱(28, 이상 전북)이 그 주인공.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돼 올 시즌 수원에서 전남으로 적을 옮긴 이천수는 정규리그 개막전인 FC 서울과의 경기서 '주먹 감자'와 '총쏘기' 모션으로 6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600만 원 등의 징계를 받았다. 또 다시 이대로 침체기에 빠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징계가 풀려 50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이천수는 리그 6차전 수원과의 경기서 1골 1도움이라는 초특급 활약을 선보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특히 전반 종료 직전 하프라인부터 단독 돌파 후 꽂아 넣은 중거리 슈팅은 그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여실히 증명해줬다. 거친 파울도 순순히 감수했고 볼이 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던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냈다는 것 역시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남긴 "운동장에서는 축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결연한 발언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불사조 군단' 광주 상무의 정규리그 1위(5승 1무 1패)를 이끌고 있는 '이등병 아버지' 최성국도 마찬가지. 지난해 성남 유니폼을 입고 갖춰진 틀에서 방황하던 최성국은 광주에 입단한 뒤 리그에서만 3골을 기록하는 등 시쳇말로 잘 나가고 있다. 이강조 감독의 배려로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은 최성국은 더 없이도 활발한 움직임을 선뵈고 있으며 아까운 찬스를 놓쳐도 해맑게 웃음과 동시에 동료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는 등 파이팅을 전이시키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군 입대로 인해 아내와 4살박이 아들 온유 군을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최성국은 가장으로서 '행복한 부담감'을 안고 오늘도 내달리고 있다. 올 시즌 전북의 무패(5승 3무)를 이끌고 있는 이동국과 최태욱 역시 '절치부심'이란 말의 뜻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추진한 팀 개편 작업의 희생양으로 성남 일화에서 전북 현대로 적을 옮긴 이동국은 6경기서 4골을 쏟아내며 사자후를 다시 토해내고 있다. 지난 2007년 포항 스틸레서에서 팽당한 뒤 전북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뒤 2번째 시즌을 맞은 최태욱 역시 성남전서 생애 첫 해트트릭을 포함해 8경기에 나서 4골을 터트리며 완전히 살아났음을 알리고 있다. 물론 벌써부터 이들의 국가대표 승선을 운운하기에는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넷의 A매치 기록은 202경기 출장에 36골이다. 흙 속의 진주를 찾고 있는 허정무 감독이 어느덧 베테랑의 대열에 들어선 이들에게도 시선을 돌릴 필요는 있다. 다시 한 번 인생의 클라이맥스라는 최정점을 꿈꾸는 이들의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parkr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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