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LG 트윈스의 ‘쿨가이’ 박용택(30)이 또다시 변신했다. 이번에는 2번 타자로서의 새 출발이다. 지난 25일 1군에 복귀한 박용택이 빠른 속도로 적응을 끝내고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2번 타순에 배치되어 연일 장타를 뿜어내고 있는 것. 올시즌 ‘공포의 2번 타자’ 의 위용을 떨치고 있는 황재균(22, 히어로즈)에 필적할 만하다. 시범경기 도중 입은 늑골 골절 부상으로 인해 한 달 가량 재활에 매달렸던 박용택은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출장했다. 외야수비 강화의 필요성을 느낀 김재박 감독은 예상보다 일찍 박용택을 1군에 복귀시킬 수밖에 없었다. ‘콧수염 휘날리며’ 1군 무대를 밟은 박용택은 팀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복귀 첫 타석에서 초구를 우전안타로 연결시키며 신고를 끝낸 박용택은 25일 6타수 3안타(1홈런), 26일 5타수 3안타, 28일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매 경기 장타를 하나씩 날리고, 타점도 꼬박꼬박 추가하고 있다. 29일 현재 14타수 7안타 5타점 3득점을 마크하고 있다. 박용택의 타격 폼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승세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전의 문제점은 장타를 의식해 백스윙을 크게 가져간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짧아진 백스윙이 공을 맞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특유의 긴 팔을 이용한 폴로스루(follow through)가 더해져 타구에 힘이 실린다. 범타에 그치더라도 타구 자체는 강하게 맞아나가고 있다. 박용택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만한 타순은 과연 어디일까. 복귀 후 3경기 중 2번 타자로 두 차례, 1번 타자로 한 차례 출장한 박용택은 장타력과 스피드를 두루 뽐냈다. 현재는 1번 타자 이대형(26)을 진루시켜 선취득점의 확률을 높일 2번 타순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지난 28일 청주 한화전에서도 1회초 볼넷으로 걸어 나간 이대형을 좌월 2루타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올린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박용택의 타순은 정체성을 잃어버린 게 사실이었다. 1번에서 5번까지 두루 경험해봤으나 중장거리형 타자인 그에게 알맞은 자리를 찾기란 힘들었다. 게다가 박용택이 출루해도 홈까지 인도할 수 있을 만한 타자가 없었다. 무너진 LG 타선에서 홀로 분전하니 좀처럼 빛나지 못했다. 이제는 박용택이 2번 타자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LG 타선이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1번 타자 이대형이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고, 3번 타자 안치용(30)과 4번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38)가 안정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택에게는 득점 기회를 클린업 트리오에게 연결시키는 역할이 맡겨졌다. 심심찮게 터지는 홈런도 기대된다. 외야 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한 LG. 프랜차이즈 스타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박용택이 성적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일단 알맞은 타순을 찾아 청신호를 켠 그를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