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면 좋지. 그런데 진출 이후에는 누가 책임져". 김인식 한화 이글스 감독이 고교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미국 진출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 감독은 29일 청주 구장서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올해 고교 졸업 예정자 중 무려 24명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신분 조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큰 무대를 향한 도전도 좋지만 미국 진출 이후에는 누가 이들을 보호할 것인가"라며 확실한 에이전트 제도의 구축을 바랐다. 지난 2007년 신일고 우완 이대은(20)이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은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망주 오퍼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고교 유격수 4인방' 중 한 명이 충암고 이학주(19)가 컵스와 계약을 맺었고 올해에는 천안북일고 외야수 김동엽(19)과 화순고 포수 신진호(19), 동산고 포수 최지만(19)이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품고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고교 유망주 24명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야에 있어 국내 8개 구단들의 신인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올해부터는 지역 연고를 기초로 한 1차 지명이 폐지되고 전 고교 졸업 예정자들이 드래프트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여져 '1차 지명제도 부활'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직 시행해보지도 않았는데 1차 지명 회귀론이 나오는 것은 성급한 것"이라며 운을 뗀 김 감독은 "도전을 위해 진출하는 유망주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들과 구단을 중계해주는 에이전트들이 진출 이후 얼마나 선수들을 잘 도와주느냐에 달렸다"라며 막연한 꿈을 좇기보다 조금 더 냉정한 시각으로 미국 진출을 바라보길 바랐다. 뒤이어 김 감독은 "박찬호(36. 필라델피아) 정도를 확실한 성공 케이스로 꼽을 수 있겠다. 게다가 서재응(32. KIA), 김선우(32. 두산) 등도 대학 재학 중 진출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 그러나 아직 기본기가 채 갖춰지지 않은 고교 졸업생들이 메이저리그서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27. 클리블랜드)도 2001년 부산고 졸업 후 지난해 3할9리 14홈런 55타점을 기록하며 주전 우익수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 반열에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 감독은 유망주들이 조금 더 유려하게 기량을 가다듬고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우길 기대했다. 김 감독은 류제국(26. 전 샌디에이고)의 예를 들며 "류제국이 덕수 정보고 시절 얼마나 잘 던졌나. 그런데 지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 잠깐 보니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LG에서 보유권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몸 상태가 별로인 동시에 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류제국은 좋은 카드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고교 졸업과 함께 미국에 건너가는 것은 위험도가 높다. 언어도 안 통하고 눈물 겨운 마이너리그 생활도 견디면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기다려야 하지 않나"라며 말을 이어 간 김 감독의 눈에는 가능성있는 야구 후배들이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에이전트 등록제가 꼭 필요하다"라며 보완책을 내놓은 김 감독은 "우후죽순처럼 너도 나도 유망주들을 미국에 진출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무조건 큰 무대로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장래와 앞으로의 생활도 챙겨줄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필요하다"라며 에이전트 등록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전도유망한 선수가 우스운 모습으로 전락 할 가능성이 많은 곳이 메이저리그다. 실력이 모자란 에이전트로 인해 선수가 고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무조건적인 미국 진출보다 확실한 영입 체계 아래 유망주가 커다란 바다로 향하길 바랐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