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한국시리즈 맞대결 팀들답다". 4시간 35분. 올 시즌 가장 오랫동안 펼쳐진 경기에도 불구하고 야구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두산전은 연장 12회 무승부로 끝났다. 6-6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이날 SK와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라이벌이었고 올 시즌 초반 다시 1위와 2위로 나서며 흥미를 모았다. 더구나 전날 SK가 2-15로 패배하며 어이없는 수모를 겪었기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다. 우선 SK가 3회 박경완, 정근우의 연속 2루타로 2-0으로 앞섰다. 그러자 두산이 4회 최준석, 민병헌의 적시타로 3득점, 경기를 뒤집었다. 이에 SK는 5회 정근우의 3루타와 상대 선발 정재훈의 폭투를 묶어 다시 4-3으로 재역전시켰고 두산은 7회 고영민의 희생플라이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9회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선공에 나선 SK가 박재상의 2타점 적시타로 6-4로 앞서며 끝이 나는 듯 했다. 그러나 두산은 SK 내야진의 어이없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동점을 만들어 버렸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양 감독의 지략대결도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9회 박경완의 3루 도루, 정근우의 2루 도루 때는 김성근 SK 감독이 왜 '야신'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9회 15명 엔트리 중 마지막 야수였던 유재웅을 대타로 내보내 동점타를 날렸을 때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뚝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경기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물론 TV로 지켜본 팬들은 각종 야구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그 벅찬 감동들을 쏟아냈다. 경기 후 SK 김 감독은 "경기는 재미있었지만 볼넷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고 두산 김 감독도 "승부를 떠나 잘 싸운 경기였다"며 내용에서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지 못하다. 팬들은 프로야구 2강 대결을 만끽했지만 반대로 사실 이날 경기는 알맹이 없이 헛심만 판 꼴이 됐다. 심하게 말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이다. 이날 무승부로 SK는 선두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13승 6패 3무가 돼 승률이 6할1푼9리에서 5할9푼1리로 내려앉았다. 11승 6패 2무가 된 두산 역시 6할1푼1리에서 5할7푼9리까지 떨어졌다. 이는 '무승부는 승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아 곧 패배를 뜻한다'는 올해 새 규정 때문이다. 결국 하위팀만 신이났다. 이날 승리를 챙긴 히어로즈, LG, 롯데는 상위 1, 2위팀이 서로 치고 받은 통에 경기차를 줄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다시말해 하위팀의 승률은 올랐고 SK와 두산의 승률은 떨어졌다. 찬사는 SK와 두산에게 쏟아졌고 실리는 하위팀이 챙긴 하루였다. letmeout@osen.co.kr '200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2차전 경기가 지난 29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가운데 9회초 1사 1,2루 발이 느린 2루주자 박경완이 3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다./잠실=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