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막는 구단들, 유망주들 '의욕 고취안'도 마련해야
OSEN 기자
발행 2009.04.30 15: 23

치어(稚魚)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저수지의 물길을 막아버렸다.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야구 위원회(KBO)가 발표한 '아마추어 유망주 해외 진출 봉쇄책'이 유망주의 꿈을 소멸시키는 결과로 흘러 갈 가능성이 커져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KBO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구단 선수로 등록한 일 없이 외국 프로구단에서 활동하던 선수(고등학교 이상 재학)는 국내 8개 구단과 선수로 2년간 입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야구규약 기존 조항을 결정했다. 또한 지도자로서도 7년간 입단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유망주들의 미국 진출을 막아보기 위한 결정이다. 만약 이 조항을 위반할 시 해당 선수의 모교는 지원금 및 유소년 발전기금을 향후 5년 간 지급받지 못한다. 또한 선수 개인은 2년 간 활동 규제를 받은 뒤 계약금 없이 입단하게 된다. 신인 드래프트서 외면당한 선수라도 해외 리그에 진출했다가 돌아올 경우 2년 간 프로 무대를 밟지 못한다. 유망주 진출 봉쇄책이 아쉬운 것은 그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유망주 의욕 고양에 대한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국내 모 구단들이 엄연히 2차 지명서 지목한 유망주를 신고 선수 입단으로 전환,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2차 4,5순위로 지명되고도 신고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입단해 정식 선수로 인정받지 못하고 변변한 기회를 잡지 못한 케이스도 한둘이 아니다. 특출난 재능을 얻지 못한다면 1군 출장 기회 없이 그대로 야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이 바로 신고 선수 제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용품 지급에 있어 스폰서 식으로 배트, 글러브 등을 지원받는 1군 붙박이 선수를 제외한 2군 선수들이 배트 등의 가격을 제외한 봉급을 받는 경우도 찾을 수 있다. 2000만원 가량의 연봉임을 감안하면 그들의 월 실수령 금액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2군서 상당 기간 기량을 연마한 뒤 1군 무대를 밟는 유망주가 더욱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선수들에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선수에 대한 처우 개선책은 발의되지 않은 채 유망주 유출 봉쇄에만 집중한 것은 너무나 아쉽다. 한 나라의 야구 수준을 증명하는 것이 자국 리그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국내 무대를 지키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강한 규제를 내세운 것은 야구 시장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최근 발발한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선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다. 유망주는 명령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다. 학업과 유리된 채 집중해왔던 야구를 통한 자아 실현을 꿈꾸는,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국내 무대서 충분히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제도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 지를 생각하면 '해외 진출 봉쇄책'과 함께 '의욕 고취책'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 더욱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