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주춤하지만 명예 회복을 위한 희망은 잃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요기 베라의 경구처럼.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3)은 올 시즌 22경기에 출장, 타율 1할8푼9리(53타수 10안타) 4홈런 8타점 6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해 부상 후유증을 딛고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2리(53타수 16안타) 8홈런 17타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으나 정규 시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승엽은 지난달 30일 밤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악이었다. 1할대 타율이다. 이래서 되겠냐"고 지난달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는 테스트의 성향이 강해 상대 투수들이 몸쪽으로 잘 던지지 못하지만 지금은 몸쪽 승부가 자꾸 들어오는데 내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전의 좋지 않은 타격 습관이 남아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동계 훈련에서 연습했던 타격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때보다 떨어졌다"고 대답했다. 이승엽은 지난해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며 타율 2할4푼8리(153타수 38안타) 8홈런 27타점 21득점에 그쳤다. 그만큼 올 시즌 명예 회복에 대한 투지가 남다르다. '타격할때 조급한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이승엽은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만 마음대로 된다면 누구든 1등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내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 내가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훈련량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출장이 적으면 더 움직여야 하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 '생각할 시간있으면 스윙 한 번이라도 더 하라'고 하더라. 지금 그 말이 떠오른다"고 대답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와 4번 알렉스 라미레스를 제외하고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승엽은 왼손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만큼 이승엽이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플래툰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승엽은 "변명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잘 했다면 나갔겠지. 히로시마와의 시즌 3차전에서도 좌완 선발이 나왔지만 경기에 출장했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 속에 고전하고 있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이승엽은 "몸쪽 승부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원래 내가 바깥쪽 승부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몸쪽 승부가 늘어난 만큼 꾸준히 연습하고 공략 방법을 바꿔야 한다. (몸쪽 승부를) 못한다면 상대를 이길 수 없다.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못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일은 잊고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겠다. 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급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내가 왼손 선발이 나오더라도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받을지 모르지만 대타로 나서게 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안타를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타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좌완 투수가 나오더라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6년 일본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진출보다 요미우리의 일본시리즈 정상 등극이 우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승엽은 2006년 겨울 미국 무대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는 팬들을 향해 "내가 선택한 것은 되돌릴 수 없고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에 미국에서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부분은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 지금의 내 모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지만 기간 중 내게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2군에 갈 수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잘 한다면 입지가 넓혀질 수 있다. 그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내 실력이 이 정도구나'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결과는 11월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지금 부진하지만 힘을 내야 한다. 겨울에 열심히 운동했고 부상도 완쾌돼 만족스럽다.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훈련 시간을 많이 늘리겠다. 내가 야구할 수 있는 시간보다 해왔던 시간이 더 많다. 언제 야구를 그만 두게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부진 탈출을 벼뤘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