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이 잘했다". 지난 달 30일 광주 롯데전에서 11-5로 대승을 거둔 직후 조범현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종범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만루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을 거둔 이적생 김상현도 아니었다. 홈런 포함 3타점을 올린 장성호도 아니었다. 조범현 감독이 눈여겨본 장면은 2-4로 뒤진 4회말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김상현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추격의 물꼬를 텄다. 다음타자 이종범은 롯데 투수 이정민과 승강이를 벌였다. 이종범 타격의 초점은 밀어치기 였다.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2루쪽으로 땅볼을 굴려 주자를 3루에 보내고자했다. 1사 3루라면 충분히 득점이 가능했고 추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종범은 볼카운트가 몰렸으나 가볍게 2루쪽으로 밀어쳐 2루주자 김상현을 3루에 안착시켰다. 이후 KIA는 김상현의 만루홈런을 포함해 5안타를 집중시켜 단숨에 8득점, 승기를 틀어쥐었다. 이종범을 시작으로 타자들의 배팅은 달라졌다. 주자의 뒤로 타구를 보내는 교과적인 야구를 했다. 이른바 '연결야구'를 펼쳤고 대량득점으로 이어졌다. 올해 KIA 공격력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연결야구를 펼치지 못한데 있다. 안타가 아니더라도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연결야구는 득점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굳이 일본야구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선두권에 포진한 두산과 SK야구의 핵심은 연결야구이다. 연결야구는 자신의 희생이 없으면 되지 않는다. 경기후 조범현 감독은 "타자들이 찬스에서 팀배팅과 연결을 잘 해줘 대량득점했다. 특히 이종범이 4회말 주자를 진루시키는 등 팀플레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베테랑 이종범의 타구 하나가 KIA 야구가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지목해준 것이다. 5월 대공세를 앞둔 KIA야구에서 희망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