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객들, 코미디에 푹 빠졌다
OSEN 기자
발행 2009.05.01 08: 22

한국 관객들이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에 푹 빠졌다. 그 시작은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과속스캔들’이었고 그 바통을 영화 ‘7급 공무원’이 이어받고 있다. 개봉 전 그저 그런 코미디일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였던 ‘과속스캔들’은 그런 편견을 깨부수고 개봉 후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코미디 장르로는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과속스캔들’은 차태현의 얄미운 듯 밉지 않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신예 박보영의 호연 그리고 아역배우 왕석현의 눈치 100단의 연기가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여기에 극의 전반에 흐르는 경쾌한 음악과 도를 넘지 않는 적절한 수위의 코미디가 잘 어우러지며 웰 메이드 가족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들어 지난해 개봉한 ‘과속스캔들’의 롱런 행진과 저예산 ‘워낭소리’의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관심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던 한국영화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4월 22일 개봉한 ‘7급 공무원’이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개봉 8일째일 29일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09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단 기간 내 100만 돌파의 기록이며 현재 18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그림자살인’이 11일만에 100만 돌파, 그리고 ‘과속스캔들’이 9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해도 그 흥행세가 얼마나 센지 짐작할 수 있다. ‘7급 공무원’은 신분을 드러내지 못하고 활동을 해야 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일과 사랑을 코믹하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과도한 오버 액션이나 폭력 등의 선정적인 장면 없이도 2시간 내내 관객들의 배꼽을 잡고 있다. ‘과속스캔들’에 이어 ‘7급 공무원’, 연이은 코미디 영화의 흥행에 대해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한국 코미디 하면 획일화된 장르의 화장실유머 슬랩스틱 조폭코미디 폭력적 성적인 것 등 자극적인 소재에서 코믹을 찾아내려고 했고 끝에는 감동으로 귀결되는 패턴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코미디 영화에 관객들이 질려 했고 새로운 코미디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 그 수요가 ‘과속스캔들’ ‘7급 공무원’의 흥행과 연결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7급 공무원’과 ‘과속스캔들’은 이전과는 다른 소재로 새롭게 풀어냈다”며 “세련된 연출력에 영화자체의 완성도도 훌륭해서 좋은 반응이 있는 것 같다. 두 작품을 통해서 기존 한국의 코미디에 대한 불신도 점차 사라지고 있고 관객들도 만족스러워하면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 불황이 관객들에게 더 코미디를 찾게 하는 주변부적인 요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고 관객들은 억지 웃음이 아닌 유쾌하게 웃을 수 있을 영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눈물이 나거나 심각하고 진지한 것보다 현실도 우울하고 힘들다 보니 밝고 유쾌한 영화를 원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라서 ‘과속스캔들’과 ‘7급공무원’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7급 공무원’의 연출을 맡은 신태라 감독은 “‘7급 공무원’을 부모님이나 아이들과 함께 봐도 걱정이 되지 않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며 “선정성이나 잔혹함은 안보이게 하려고 했다. 담배 피우는 장면은 절대 안 넣기, 총 싸움 칼 싸움 많이 해도 한 사람도 죽이지 않기, 피 한 방울도 보이지 않기 등의 기준을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도 영화는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억지로 감동을 만들어서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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