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냐 예술영화냐. 5월 첫 주말 국내 극장가에 서로 전혀 다른 장르의 한국영화 두 편이 붙어도 세게 맞붙었다.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에 도전중인 코미디 '7급 공무원'과 지난달 30일 새로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박쥐'다. 일단 예매율은 '박쥐'가 단연 앞서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1일 오전 8시 현재 '박쥐'는 5만6000명 예매로 점유율 35.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는 같은 날 개봉한 휴 잭맨과 다니엘 헤니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엑스맨 탄생: 울버린'으로 17.3%, '7급 공무원'은 14.,5%로 3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예매율 순위가 실제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개봉 첫 주 성적에서 2009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7급 공무원'은 이미 '웃길 만큼 웃긴다'고 입소문이 돌은 상태. 예매율과 상관없이 2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순항이 예상되고 있다. 더군다나 '과속 스캔들'의 대박 이후 한국영화 흥행 코드가 코미디에 맞춰진 점도 힘을 더하는 중이다. 이에비해 '박쥐'는 흥행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박 감독의 고정팬과 인기도를 감안할 때 100만 명 이상 동원이 무난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쥐'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복귀작으로 송강호의 성기 노출 이슈까지 겹쳐서 요즘 한국영화계 최대 이슈다. 개봉전 마케팅 전략은 제대로 먹힌 셈이다. '박쥐'는 이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투자가 결정된 크랭크인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포스터 공개, 프리미엄과 언론 시사회를 거칠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는 낙하 속도가 더 빨라기지 마련이다. '박쥐'가 상업영화에 길 든 일반 영화팬들이 쉽게 좋아하고 편하게 즐길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이미 지난달 30일 개봉 후부터 관객 평은 양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박 감독 자신이 "대규모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혔던 예술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비와 임수정 등 톱스타 출연에 그럴듯한 홍보까지 겹쳐지면서 개봉 첫 주 많은 관객을 모았다 비난 속에 내리막길을 탔던 경우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과연 배급사의 비공식 예상대로 300만 관객은 거뜬히 넘어설 지, 아니면 100만 관객 돌파에 만족할 지에 충무로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5월 첫 주말 극장가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