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바보’, 오랜만에 본 ‘착한남자’ 감동코드
OSEN 기자
발행 2009.05.01 10: 01

KBS 2TV 수목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가 오랜만에 등장한 ‘착한 남자’로 또 다른 감동 코드를 보여주고 있다. ‘그저 바라보다가’는 현재 경쟁작들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긴 하지만, 주인공의 화면 장악력 면에서는 권상우, 차승원, 김선아 등보다 황정민이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14년만에 브라운관에 데뷔한 황정민은 이 드라마를 ‘캐릭터쇼’로 만드는 주인공이자 감동의 주역이다. 그가 맡은 구동백이란 인물은 벌써 팬들에게는 ‘동백아저씨’란 살가운 표현으로 불린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구수한 정감이 온몸 구석구석해서 진하게 풍긴다. 말단 우체국 직원에서 느껴지는 오리지널 타입의 인상을 풍기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동생이 껴 준 뿔테 안경에 즐거워져 주변 사람들에게 “나 뭐 달라진 게 없냐”며 싱글벙글거리고, “매일 왜 칼퇴근하냐”는 동생의 면박에도 민망한 듯 허허 웃기만 한다. 구박과 멸시를 당해도 꿋꿋하게 툴툴 털어버리는 건강한 에너지가 구동백의 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주의자들인 직장 상사들은 오히려 코미디에서 나타나는 그의 조력자 같은 분위기가 난다. ‘순수’로 대변되는 구동백은 너무 착하고 순수해 오히려 판타지 같은 인물이다. 우연한 교통 사고로 톱여배우 한지수(김아중)를 도와주게 된 동백은 보상 방법을 찾는 지수 측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사인 9장을 요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지수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용당하고 거짓말하고 마음을 바친다. 지수가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작은 선물을 사온 동백은 그녀에게 “우리는 계약 관계일 뿐”이란 매서운 말을 듣고, 모욕에 가까운 자동차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되는 상황까지 몰리지만 동백은 묵묵히 “우리는 친구라서 안받겠다”는 말을 전할 뿐이다. 지수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벽에 걸린 그녀의 광고판 앞에서 살짝 그녀의 이마에 손을 튕기는 것으로 푼다. ‘나쁜 남자’, ‘옴므 파탈’이 지배하던 연예계에서 이런 ‘착한 남자’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 역시 물질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그의 백지장같은 매력에 마음을 녹인다는 반응이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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