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준, '제구 난조'가 야기한 값비싼 수업료
OSEN 기자
발행 2009.05.01 11: 17

아무리 좋은 볼끝을 갖췄더라도 타자가 어려워 하는 동시에 투수가 원하는 곳에 제구가 되지 않는다면 경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프로 2년 차 우완 이범준(20. LG 트윈스)이 또다시 제구력 면에서 약점을 비추며 힘든 경기를 펼치고 말았다. 이범준은 지난 4월 30일 청주 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 1⅓이닝 5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4개) 6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3패 째를 당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로 나쁘지 않았으나 총 투구수 54개 중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은 29개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1-1에 육박할 정도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이범준은 1회말 선두 타자 강동우(35)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얻어내지 못했다. 여기에 강동우는 존에 들어오는 공을 커트해 파울을 만들어내며 이범준의 경기 운영을 어렵게 했다.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감을 비춘 것은 더 큰 비구름으로 다가왔다. 이후 이범준은 빅터 디아즈(28)에게 1타점 우익수 키를 넘는 2루타로 선제 실점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범준이 2회서 무너져 내린 것을 생각하면 1회 1실점은 대량 실점의 서곡에 불과했다. 2회 선두 타자 신경현(34)은 이범준의 2구 째 밋밋하게 몰린 직구(139km)를 그대로 끌어당겨 좌월 솔로포(120m)로 연결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음에도 '낮은 제구'가 되지 않아 통타당했다. 후속 타자 이여상(26)에게 내준 좌중간 2루타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동우 타석서의 폭투, 연경흠의 1타점 우전안타로 1-3이 되자 이범준은 마운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기색이 한 눈에 드러나 보일 정도로 흔들렸다. 다카하시 미치다케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그를 다독였으나 별 무소용이었다. 디아즈를 2구 만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뒤 김태완(26)마저 볼넷으로 내보낼 때까지 이범준은 단 한 개의 스트라이크 만을 던지고 1사 만루서 김민기(32)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민기가 이범호(28)에게 좌중월 만루포를 얻어맞으며 누상에 있던 3명을 모두 출루시켜 이범준의 최종 실점은 6점이 되었다. 지난해 진주 마무리 훈련서부터 다카하시 코치가 강조한 '낮은 제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경기 전 한화 타자들이 극단적인 당겨치기를 하기보다 배트 중심에 맞춘 라이너성 타구를 때려내고자 노력했음을 생각하면 이범준의 제구는 너무나 아쉬웠다. 현대서 투수코치로 재임하며 '투수 왕국'을 이끌었던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제구력은 떨어지지만 구위가 좋은 젊은 투수들을 중용하다보니 타자들이 노림수 타격에 나서며 난타전을 벌였고 이것이 시즌 초 '타고투저'의 원인이 된 것 같다"라며 시즌 초반을 분석했다. 이범준의 투구는 김 감독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 완벽한 예시와도 같았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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