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타신' 정근우 뒤는 너무 힘들어
OSEN 기자
발행 2009.05.01 16: 35

"저야 뭐 번트만 대면 되는 거죠". SK 박재상(27)이 최고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SK 톱타자 정근우(27)와 테이블 세터를 이루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박재상은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가뜩이나 월요일 경기 때문에 힘이 들어 죽겠는데 타석에서는 (정)근우 때문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애교를 섞어 하소연했다. 정근우는 최근 불꽃 같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22경기에서 97타수 42안타 2홈런 14타점 4할3푼3리로 타격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타자들의 타율은 시즌 초반에 비해 조금씩 내려가고 있지만 정근우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개막전이었던 4월 4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무안타였지만 이후 세 번의 4안타, 네 번의 3안타 경기 등 22경기 중 8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 중이다. 최근 12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펼치며 때린 안타수만 28개에 달한다. 최다안타 1위(42안타), 득점 1위(25득점), 도루 공동 1위(9개)로 톱타자인 동시에 중심타자인 셈이다. 이에 주위에서는 정근우를 '타신(타격의 신)'으로 부르는가 하면 후쿠하라 코치는 정근우를 볼 때마다 아예 "슈퍼스타"라고 엄지를 세우고 있다. 이에 박재상은 "홈에서는 일단 타석에 등장할 때 나오는 내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온통 '정근우, 정근우'를 외치는 목소리 뿐이다. 정작 '내 차례가 맞나' 싶을 때가 많다"고 웃었다. 또 "정근우에 묻혀 내가 안타를 쳤는지 모를 때도 있다. 번트 밖에 댈 일이 없다"고 정근우를 바라보고 웃으며 농담을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안경현이 지난 2001년 한국시리즈 때 이야기를 꺼내며 맞장구를 쳤다. 안경현은 "한국시리즈에서 솔로홈런을 쳤다. 그런데 홈을 밟고 들어오는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면서 "나 바로 앞에서 (김)동주가 만루홈런을 쳤다. 관중들이 김동주를 연호하는 통에 내가 타석에 들어섰는지도 몰랐고 너무 빨리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동료들이 김동주를 축하해 준 뒤에 막 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나오라고 해서 억지로 하이파이브를 한 기억이 있다"고 말해 한바탕 웃었다. 두산 소속이던 안경현은 2001년 10월 25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과 맞붙어 18-11로 승리했다. 당시 3회 김동주와 안경현은 백투백 홈런을 터뜨렸고 두산이 삼성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렇지만 박재상은 "내 역할에 만족한다. 근우는 워낙 잘 치니까 나로서는 그를 돕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번트를 대는 것이 오히려 부담도 없고 편하다"고 웃었다. 이날 박재상은 3-2 살얼음 리드 중이던 4회 만루에서 3타점 싹쓸이 3루타로 승리를 굳히는 등 2안타 4타점을 기록해 일등공신이 됐다. "재상이가 뒤에 있어 부담이 없다"는 정근우의 말처럼 시즌 3할1푼1리의 타율로 타격 15위, 17득점(3위) 8도루(3위) 28안타(5위)를 기록 중인 '은포(은근거포)' 박재상이 있어 더욱 빛나고 있다. 아무튼 SK 테이블세터진이 8개 구단 중 경계 대상 1순위인 것은 분명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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