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이영표(32,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눈망울이 흔들리고 있다. 이영표는 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끝난 2008~2009 분데스리가 30라운드 프랑크푸르트전에 결장, 4경기 연속 필드를 밟지 못하며 주전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부상으로 2경기에는 뛸 수 없었지만 이후 2경기서는 후보 명단에만 올랐다. 토튼햄 시절 베누아 아수 에코토와 개러스 베일과 파워게임에서 밀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영표에게 왜 또 다시 시련이 찾아온 것일까. 이영표는 사실 십자인대 파열로 6개월간 결장이 불가피했던 왼쪽 수비수 데데의 대체선수로 낙점받아 도르트문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왼쪽 측면에는 이미 '약관' 마르셀 슈멜처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불행 중 다행(?)인지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안토니오 루카비나가 부상을 당해 반대편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신이 주신 기회였는지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오른쪽과 왼쪽 수비를 오가며 15경기 연속 출장해 팀에 기여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계약 기간을 2010년 6월까지 연장했다. 또한 독일의 가 이영표의 몸 값이 약 11억 원에서 약 55억 원으로 5배 가량 올랐다고 긍정적인 평을 내리는 등 말 그대로 행복한 나날을 이어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2월 16일 리그 20라운드 에네르기 코트부스와의 경기서 축구를 시작한 지 22년 만에 첫 퇴장을 당해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점점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렸고 이후 문제의 원인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까지 놓이게 됐다. 퇴장 이후 팀이 치른 최근 10경기에 단 2차례만 출전했을 정도로 헤매기를 반복했다. 주전 왼쪽 풀백 데데는 1998년 도르트문트로 적을 옮겨 11시즌 동안 296경기에 나서 12골을 터트린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런 데데가 부상을 털어내고 지난 3월 8일 리그 23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부터 복귀했고 이후 팀은 6승 1무 1패로 잘 나가고 있으니 이영표에게 기회가 잘 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측면 수비마저 파트릭 오보모옐라가 특 A급 활약을 선보이며 붙박이로 거듭나 현재 이영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아예 없어졌다.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4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이제 이영표는 운명의 잔여 경기에서 기회가 주어지면 데데와 오보모옐라보다 한 발 더 내달려 눈도장을 찍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pakri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