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경기에 그쳤으나 오른손 타자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결국 첫 선발 경기 실패를 낳았다. '광속 좌완' 이혜천(30. 야쿠르트)이 짙은 아쉬움 속에 첫 선발 경기를 마쳤다.
그동안 갈비뼈 부상 등으로 인해 2군서 머물렀던 이혜천은 4일 마쓰다 스타디움서 벌어진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2⅓이닝 5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2실점하며 3-2로 앞선 3회 1사 1,2루 위기서 오시모토 다케히코(28)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강판당했다. 따라서 이혜천의 시즌 성적은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7.71이 되었다.
총 투구수는 53개에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 13타자를 상대하면서 오른손 타자에게만 8타석 7타수 4피안타에 2실점을 기록했다. 2회 스캇 시볼(34)에게 내준 좌익수 희생플라이와 3회 구리하라 겐타(27)에게 내준 1타점 중전 안타로 이날 경기의 모든 실점이 우타자 봉쇄에 실패하며 비롯되었다.
특히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에 제구하려던 직구가 모두 맞아나갔다. 2회 구리하라에게 내준 중전 안타, 스캇 맥클레인(37)의 우측 담장 직격 2루타, 시볼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지 못하고 타자 눈높이에 알맞는 코스로 날아간 140km대 중후반의 직구였다.
3회도 마찬가지였다. 1사 후 아카마쓰 마사토(27)를 상대로 초구 직구(148km)가 몰리면서 라인 드라이브 성 좌전 안타를 내준 이혜천은 좌타자 아마야 소이치로(26)에게도 실투 성 직구(145km)로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구리하라에게는 2개의 체인지업을 던졌으나 2구 째 131km짜리를 통타당하며 라인 드라이브 성 중전 안타로 2실점 째를 기록했다. 다소 낮은 코스였으나 이 또한 바깥쪽으로 확실하게 걸친 공은 아니었다.
이혜천은 지난해 두산 베어스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오른손 타자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7승 5패 평균 자책점 4.69를 기록한 이혜천의 우타자 상대 성적은 피안타율 2할8푼3리(311타수 88안타)에 12피홈런 45실점. 공이 '긁히는' 날에 쾌투를 펼쳤으나 안되는 날에는 우타자에 고전하며 난조에 허덕이던 '롤러코스터 형 투수'가 바로 이혜천이었다.
최고 150km의 직구를 구사하는 동시에 직구 평균 구속이 147km에 달할 정도로 구위 면에서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혜천이었으나 고질적인 제구난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투에 흔들리지 않는 일본 타자들의 습성이 첫 선발 경기 실패를 낳았다.
다카다 시게루 야쿠르트 감독은 이혜천에 대해 "어떤 날은 리그를 장악하는 에이스 급 피칭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날은 '배팅볼 투수'와도 같은, 미스터리한 투수다"라는 평을 내놓았다. 제구력이 보완되지 않으면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를 펼치는 일본 무대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혜천은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면서 "생애 한 두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다. 성공 가능성을 재는 일 없이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라며 더 큰 무대를 향한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직한 도전 정신을 지닌 '부산 사나이' 이혜천이 첫 경기 실패를 발판삼아 재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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