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력에는 자신있다". SK 우완 투수 임성헌(24)이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고 있다. 주로 팀이 리드를 당한 상황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방어율 '0' 행진을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달 16일 문학 LG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임성헌은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가 된 지 1년이 채 안됐다. 작년 6월 SK와 정식계약을 맺었다. 4일 현재 5경기에서 무실점 중이다. 8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주자에게 단 한 번도 홈을 허용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힘든 SK 불펜진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임성헌은 주로 패전투수로 기용됐다. 16일 시즌 첫 등판 이후 지난달 26일까지 8연승을 달리던 열흘간은 출장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러나 오랜만의 등판이던 27일 문학 히어로즈전에서 ⅔이닝 무실점했고 28일~29일 잠실 두산전에 이틀 연속 등판했다. 각각 2이닝씩 소화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특히 28일 이후에는 임성헌에 대한 김성근 감독의 신뢰가 조금씩 쌓여가는 분위기다. 28일에는 SK 투수 중 유일하게 실점이 없었고 29일에는 6-6으로 팽팽하던 분위기를 끝까지 지켜냈다. 임성헌의 호투가 계속되자 김성근 감독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수가 없으니까"였다. 그러다 "아직은 믿음이 크게 없다"고 말한 뒤 최근에는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오히려 칭찬했다. 아직은 패전처리용으로만 기용되고 있지만 조만간 승리조에 속하는 투수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박철영 SK 배터리 코치는 임성헌에 대해 "작년에는 마운드에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더니 올해는 다르다"면서 "팬페스트에서 혼자 무대에 올라 가수 비의 노래와 춤을 소화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 만큼 긴장을 덜하게 돼 평소 자신의 볼을 마운드에서도 그대로 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임성헌 역시 "올 시즌 시범경기만 해도 마운드에만 오르면 다리가 후들거렸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신기한게 막상 시즌에 딱 들어가니깐 그런 것이 없어졌다"고 기뻐했다. 또 임성헌은 "내 스스로의 볼 구위는 작년이 더 좋았던 것 같다"면서도 "직구 최고구속이 148km에서 140km대 초반으로 확 줄었다. 그러나 힘을 빼고 던지다보니 볼 끝이 살아나고 있다. 오히려 손목 스냅이 더 잘 꺾이는 느낌이다"고 작년과 올해를 비교했다. 무엇보다 임성헌의 장점은 컨트롤이다. 박 코치는 "커브든 슬라이드 등 위기 때에도 언제든 공 1개를 빼고 넣을 수 있는 기술을 지녔다"면서 "분명 던지는 재주가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를 임성헌도 인정했다. 임성헌은 "위기에서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을 만큼 컨트롤 하나는 자신있다"며 "수싸움이 늘다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고 강조했다. 작년 포크볼을 많이 썼지만 올해는 커브를 자주 애용하고 있다. 백도어 슬라이더도 오른쪽 타자에게 재미를 보고 있다. 임성헌의 목표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신고선수였을 때는 정식선수, 2군에서는 1군, 캠프 때는 더 높게 정하고 있다"는 임성헌은 "지금은 구체적인 목표를 잡기보다 잘 던지는 게 우선"이라며 "목표를 정하면 태만해질 것 같다"고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특히 "내가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3년 연속 우승에도 밑거름이 되고 싶다. 연투도 좋다. 지금은 마냥 던지고 싶을 뿐이다"는 임성헌은 "TV를 보면 우리가 이길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TV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웃었다. letmeout@osen.co.kr 임성헌./SK 와이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