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문제이다. 세계적인 이 불황시기에, 시즌이 한창인 이 시점에 굳이 강행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이 노조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 달 28일 노조 설립 선언을 시작으로 지난 4일 8개구단 대표들이 참여한 추진위원회 회의를 갖고 ‘노조 설립 필요성의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신임 사무총장 내정자에 대해 야구인이 아니고 선수협 탄생 저지 인사라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선수협측은 그동안 KBO와 구단에 대화제의를 많이 했지만 무시당해 이번에 ‘단체행동권’을 얻을 수 있는 노조의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KBO측이 이제 ‘대화로 풀자’는 제안에 응하지 않고 노조 설립 후 만나겠다고 한다. 물론 노조는 언제든 설립될 수 있다. 이미 10년전 엄청나게 파장을 일으키면서 선수협을 탄생시켰기에 노조 전환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시점으로 들어가면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먼저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면서 경기력 저하로 모처럼 찾아온 야구흥행 열기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 다음은 경제적인 문제이다. 선수협측은 ‘구단들이 이제는 적자논리’를 펴지 말라고 하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 적자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선수단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선수협에서는 ‘적자보다는 홍보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네이밍 마케팅을 주창하며 지난 해 프로야구에 발을 들여놓은 히어로즈가 올 시즌은 아직까지도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홍보효과가 커서 적자액을 상쇄한다는 논리라면 메인 스폰서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서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듯 하다. 지난 해에도 우리 담배가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가 히어로즈의 가입금 미납 사태를 핑계로 중도에 발을 빼는 등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아직 우리 현실에서는 네이밍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의견들이 대세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국내외적으로 불황의 골이 깊을 때에는 선뜻 매년 100억원의 큰 돈을 투자해 프로야구단을 홍보수단으로 삼을 만한 기업이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구단 선수들은 “히어로즈가 지금도 어려운데 노조마저 설립되면 어느 기업이 야구단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선수협의 노조 설립 추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전체 선수들이 노조 설립 추진 시기에 대해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무총장이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왜 하필 지금이냐. 히어로즈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은 “메인 스폰서를 구하는 것이 세계적인 불황으로 어려움이 있다. 선수협도 히어로즈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장석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선수협이 나설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맞는 말이다. 엄연히 구단주가 있는 사기업으로 선수협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히어로즈가 생기기 이전 농협, STX, KT 등이 야구단 인수를 논의하다가 중단했던 것의 가장 큰 요인이 ‘너무 많은 적자’였던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 해 적자가 100억원이 넘는 현시점서 선수 노조 설립 추진은 앞으로 야구단 인수나 창단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노조가 생기면 야구단의 운영비용 부담이 더 커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선수협과 선수들이 이 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KBO와 구단이 미워서 노조를 설립할 수는 있지만 그 파장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