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는 달리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린이날인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K전은 이날 최고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3일 문학구장에서 양팀이 벤치 클리어링을 벌인 후 처음으로 맞붙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SK 채병룡의 투구로 롯데 주장 조성환의 광대뼈가 골절된 것을 비롯해 SK 베테랑 타자 박재홍과 롯데 우완 투수 김일엽이 위협구 문제로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박재홍과 공필성 롯데 코치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이런 불미스런 사태로 쌓여 있던 감정을 양팀이 어떻게 풀고 마무리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도 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SBS 방송사는 무려 13대의 카메라를 동원, 전국 생방송에 나설 정도. 양 구단은 이날이 어린이날이란 점을 들어 더 이상 사태가 확전되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에 롯데 구단 측은 평소 1개 중대(약 80명)에서 3개 중대(약 240명)로 경찰 인원을 대폭 늘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당초 양 구단은 지난달 23일 경기에서 충돌을 빚은 박재홍과 김일엽을 비롯해 김성근 SK 감독과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경기 시작 5분 전 관중들 앞에서 악수를 하며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 감독이 사건이 일어난 당일 직접 전화로 사과했고 조성환의 병실을 직접 찾아 SK 선수단의 진심어린 사과를 한 만큼 굳이 관중 앞에서 그런 장면을 연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식당에 있던 로이스터 감독을 직접 찾아가 악수를 나누며 사과의 뜻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문학구장에서 끝난 일인데 다시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김 감독은 "마음이 아파서 왔다"고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재홍은 경기시작 직전 공필성 롯데 코치를 찾아 "본의 아니게 물의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 그 날 흥분해서 오해를 살 행동을 했다"고 사과했다. 공 코치 역시 식당으로 장소를 옮겨 대화를 나누며 "나도 흥분했었다. 앞으로 좋은 경기를 펼쳐달라"고 화해했다. 둘은 포옹까지 하며 감정을 털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톱타자 정근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일제히 '우~'하며 야유가 쏟아졌다. 박재홍 타석 때는 이 야유 소리가 더욱 커졌다. 더구나 5회 박재홍 타석 때는 롯데 선발 조정훈이 위협구로 보이는 공을 던지자 관중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박재홍은 일부러 칠 의사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공이 몸쪽으로 날아들어 나광남 주심이 조정훈에게 주의를 줬고 이 과정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달려나와 나광남 주심에게 어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후 "조정훈이 던진 공과 함께 특별한 것은 없었다. 몸쪽 승부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고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나갔던 것이었다"며 "절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SK 선수들은 야구장을 빠져나가기 전 잠시 모임을 가져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버스 앞에서 일부 롯데팬들이 물병을 던지기도 했지만 경찰의 경호아래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떠났다. letmeout@osen.co.kr 지난달 23일 문학구장 벤치클리어링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