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이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서 탈락하며 4시즌 연속 무관에 그치게 됐다. 2003-2004시즌 무패 신화(26승 12무)를 써내려가며 거머쥔 리그 타이틀, 2004-2005시즌 맨유와 120분 간의 혈투 끝에 올라선 FA컵 왕좌가 마지막이다.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은 유망주 육성 정책을 견지하며 '웽거의 유치원(Wenger's kindergarten)'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지만 올 시즌 역시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옌스 레만(슈투트가르트) 마티유 플라미니(AC 밀란) 알렉산더 흘렙(바르셀로나) 지우베르투 시우바(파나티아니코스) 등 고참급 선수들과 작별을 고하고 사미르 나스리, 아론 램지, 카를로스 벨라, 아마우리 비쇼프, 잭 월셔 등 라이징 스타에 동행을 제안하는 특유의 선수 수급은 초지일관 그대로였다. 아스날이 시즌을 시작할 당시 선수단 평균 연령은 22살이었고 1970년대 출생자는 갈라스와 알무니아 뿐이었다. 아스날의 초반 행보는 늘 그렇듯 잘 나갔다. 그러나 3개월도 안돼 철없는(?) 윌리엄 갈라스가 팀의 내분과 갈등을 언론에 공개해 주장직을 박탈당한 뒤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칼링컵 8강전서 2부리그 번리에 패해 탈락했고 FA컵 4강전서 첼시에 석패해 결승전 티켓을 내줬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서 맨유에 완패를 당했고 리그서도 35라운드 현재 선두에 승점 12점이 뒤진 4위로 우승은 일찌감치 물건너 갔다. 6일 벌어진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 나선 아스날 멤버 중 박지성(28)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알무니아 뿐이었으며 이러한 어린 선수들이 11분 만에 2골을 내준 뒤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했던 장면은 현재 아스날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 아무리 '교수님' 웽거 감독의 지휘력이 뛰어난다 한들 필드 위에서 고참 선수들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전파시키며 한 발 더 내달리던 데니스 베르캄프, 로베르트 피레, 프레드릭 융베리 같은 선수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지금 아스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노장 선수'다. parkri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