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부산에서 보여준 롯데팬의 아쉬움
OSEN 기자
발행 2009.05.06 09: 52

큰 불상사는 없었다. 그러나 야유로 시작돼 물병던지기와 욕설로 막을 내린 장면은 어린이날이었고 구도 부산에서 열린 경기란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K의 경기는 지난달 23일 문학구장에서 있었던 양팀간 불미스런 일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당시 SK 투수 채병룡의 볼에 조성환의 광대뼈가 골절됐고 SK 베테랑 박재홍과 롯데 우완 투수 김일엽이 위협구 논란으로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다. 곧 양 팀이 벤치 클리어링 사태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박재홍과 공필성 롯데 코치는 서로 흥분,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다. 그 후 양팀의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이날 야구팬들의 눈은 사직구장으로 쏠렸다. 한 지상파 방송이 13대의 카메라를 동원, 생중계에 나설 정도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양 구단도 더 이상 불미스런 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 공감, 경기 전부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는 내내 '야유' 속에 진행됐다. 톱타자 정근우로부터 시작된 야유는 박재홍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더욱 커졌다. 홈팀팬들이 상대팀에 보낼 수 있는 당연한 특권(?)이었다. 그런데 나오지 말았어야 할 야유가 터져나온 장면이 있었다. 6회 2사 후 SK 정근우가 다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2루 내야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는 과정에서 왼 발목이 삐긋한 것이다. 고통스런 표정이 역력했고 결국 트레이너의 등에 업혀 나와야 했다. 그러나 관중들은 오히려 환호성이 쏟아졌다. 급기야 야유와 욕설, 박수까지 터져나왔다. 사력을 다해 뛰다 넘어진 선수의 고통스런 모습에 대한 '대가'치고는 가혹했다. 게다가 야구 열기가 그 어느 곳보다 높다던 사직구장이었고 어린이날이었으며 소수의 관중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불미스런 일이 있고 첫 대결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 "별다를 것이 없다. 선수들에게도 그와 관련해 이야기한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런 일이 주목받는 것 자체가 놀랍다. 단지 우리 선수가 병원에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나와 선수들이 그 때 일을 기억하고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가 SK이든 다른 팀이든 우리 선수들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곧 메이저리그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이렇게 이슈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적인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이미 지난 23일 경기 후 감정을 모두 풀었다는 것이었다. 당초 SK와 롯데는 이날 경기 시작 5분전 '화해의 장'을 마련해놓은 상태였다. SK는 김성근 감독과 박재홍,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과 김일엽이 나란히 등장해 관중들 앞에서 악수하며 잠시나마 쌓여있던 감정이 풀렸음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막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그날 경기 후 다 끝난 만큼 '공식적으로' 그런 자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직접 롯데 덕아웃을 거쳐 식당까지 찾아가 로이스터 감독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로이스터 감독은 "문학구장에서 끝난 일인데 다시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김 감독은 "마음이 아파서 왔다"며 고교 때 가르친 제자 조성환의 부상에 대한 도의적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 경기 후 버스로 돌아가던 SK 선수들에게 보여준 경기장 밖 일부 롯데팬의 행동은 보기 민망했다. 박재홍에게 물병을 던졌나 하면 SK 선수단 버스에도 물병이 날아들었다. 감독, 선수 할 것이 없이 대놓고 욕설을 쏟아냈다. 더구나 SK 숙소 주변까지 손에 뭔가를 움켜쥔 롯데팬이 서성였다는 말도 들렸다. '구도'라 불리는 부산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이런 일부 몰지각한 행위들이 많은 어린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스스럼 없이 행해졌고 이런 행동을 말리지 않은 채 지켜보기만 한 대다수의 팬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웠다. 한편 5회 박재홍 타석 때는 롯데 선발 조정훈의 의아한 투구가 눈에 띄었다. 바운드 볼-몸쪽 공-바깥쪽 공-몸쪽 공-몸쪽 공. 특히 마지막 공은 타석에서 벗어나 타격 의사가 없는 박재홍의 몸을 향하는 '위협적인' 공이었다. 그러자 나광남 주심은 곧바로 조정훈에게 주의를 줬다. 이 때 로이스터 감독이 덕아웃에서 뛰어나왔고 나 주심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에 로이스터 감독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몸쪽 승부가 필요했던 시점이었고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심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나갔던 것 뿐 절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 롯데 관계자들은 조정훈의 제구가 다소 흐트러져 있었다는 걱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하필 대상이 박재홍이었고 타석에서 벗어나 있었던 타자에게 날아간 공이었다는 점에서 경기 후에도 논란으로 남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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