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강호동 잇는 新 토크쇼 MC 답안
OSEN 기자
발행 2009.05.07 07: 37

한국 예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하나는 리얼 버라이어티, 하나는 토크 위주의 예능일 것이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가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는 요즘 예능계에서 토크쇼 다운 토크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토크가 주를 이루는 예능 역시 다인 MC들의 부조화, 홍보성 게스트 등으로 삐걱거리기 일쑤고 그 내용 역시 신변잡기, 이슈성 경험담 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토크쇼는 개그맨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다. 유세윤, 올밴이 보조 MC로 출연하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주인은 단연 강호동으로 게스트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진행과 자신을 낮추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 1대 1 형식의 깊이 있는 대화 등이 ‘무릎팍 도사’가 정통 토크쇼가 아님에도 불구, 토크쇼 다운 토크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였다. 최근‘무릎팍 도사’와 자주 비교 선상에 놓였던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 해내지 못했던 일을 KBS 2TV 심야 음악토크쇼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달성하고 있는 느낌이다. '스케치북'은 아직 방송 2회만을 마쳤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은 전작보다 훨씬 폭발적이다. 작곡가 유희열은 강호동과는 전혀 다른 영역과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만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담으로 게스트를 압도하고 프로그램의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볼만한 토크쇼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 MC의 특징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평상시에서나 영화에서나 개그맨 못지 않은 유쾌함을 자아냈던 박중훈은 정작 그의 토크쇼에서는 웃기지 않았다. 게스트에 비해 다소 경직되고 자신감이 결여된 듯한 MC는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지 못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토크를 끌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박중훈은 토크쇼에서 자기 자신의 개성을 잃었다. 단순히 입담 문제가 아니다. ‘무릎팍 도사’에는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출연자가 등장함에도 불구, 강호동은 적극적인 자신감과 호기심으로 출연자를 파헤친다. 배우나 가수를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강호동의 전문성은 개그맨으로서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함으로써 채워진다. 게스트를 웃기고 달래면서 천연덕스럽게 이리저리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무릎팍 도사’와는 다르게 음악가 유희열이 자신의 풍부한 전문성 속에서 시청자들도 알지 못했던 뒷 얘기들을 끊임없이 들려주면서 재미를 이끌어낸다. 음악이란 울타리 안에서 게스트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타 예능프로그램에서 예능 늦둥이, 웃기는 게스트로만 비쳐질 수 있었던 윤종신, 김장훈은 음악적 동료 유희열을 만나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엄정화의 음악적 고민을 유희열이 토끼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라는 제안 때문에 술자리에서 울면서 뛰쳐나갔다는 에피소드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강호동은 거침없는 자신감과 카리스마, 유희열은 전문성과 유머러스함이라는 개성을 잃지 않으며 게스트들을 본업으로 빛나게 한다. 토크쇼의 성공은 프로그램 포맷을 소화해낼 만한 MC의 능력에 달려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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