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실로 오랫만에 확실한 좌완 선발투수를 탄생시켰다. 주인공은 당연히 양현종(21)이다. 올들어 처음으로 붙박이 선발로테이션에 정착해 연일 괴력의 피칭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 롯데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를 따냈다. 6경기에서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있다. 방어율 1.86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38⅔이닝동안 삼진 32개로 탈삼진률도 높은 편이다. 양현종의 주무기는 직구이다. 좌완투수로 150km짜리 공을 뿌린다는 것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는 투수가 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변화구를 장착하고 제구력까지 겸비 된다면 무적의 투수로 가는 길이다. 지금 양현종이 그 길을 가고 있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SF)를 던지고 있고 흔들린 제구력이 경험과 자신감을 갖추며 오롯하게 살아났다. 입단 3년만에 이렇게 성장할 줄을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꾸준한 기회를 얻으며 성장의 거름을 받았다. 데뷔 첫 해 2007년 31경기(선발 6경기)에 등판해 49⅓이닝을 던져 1승을 따냈고 방어율 4.17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48경기(선발 9경기)에서 75⅔이닝 5패 방어율 5.83의 성적이었다. 성적은 저조했으나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혹독한 가을훈련과 함께 스프링캠프부터 기대를 받았다. 이강철 투수코치는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볼끝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팔을 높이 들고 던지고 볼을 감추는 효과까지 겹치면서 타자들이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양현종은 트레이드 표적이 됐다. 좌완투수들이 부족한 팀들이 내야수를 내걸고 트레이드 카드로 양현종을 점찍었다. KIA는 절대 트레이는 없다며 트레이드 금지방침을 정했다. 만일 트레이드를 했을 경우 KIA가 감당할 상황은 아찔했을 것이다. 양현종은 전신 해태를 포함해 더 없이 귀중한 정통 좌완선발의 계보를 잇고 있다. 지금까지 프로출범 이후 28년동안 타이거즈 좌완투수로 칭할 수 있는 투수는 단 2명이다. 까치 김정수와 신동수이다. 두 투수는 지난 86년 대졸과 고졸투수로 나란히 입단해 타이거즈 좌완선발의 축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신동수가 93년을 끝으로 LG로 트레이드 됐고 김정수는 95년을 끝으로 소방수로 전업하면서 좌완선발의 맥은 끊겼다. 이후 오철민, 강영식 등이 입단했으나 특출난 성적없이 팀을 떠났다. 두산에서 이적한 전병두도 가능성을 보였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났다. 그렇다고 양현종이 확실하게 좌완 선발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두 자리 승수를 따내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그의 목표는 어렵지 않을 듯 하다. 이제 류현진, 김광현과 경쟁할 수 있는 좌완투수이기 때문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