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방송 울렁증 떨쳐낸 김상욱과 우정호
OSEN 기자
발행 2009.05.12 08: 54

요즘 들어 다시 트레이드에 대한 얘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반이 훨씬 넘어선 프로리그서 중하위권팀이 6강 안에 들기 위한 마지막 한 수가 바로 전력보강인 트레이드 이기 때문.
상위권 팀에도 허점은 존재하지만 트레이드 물망에 오른 팀들은 팀별로 프로토스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팀, 테란라인이 취약한 팀, 저그 라인에 구멍이 뚫린 팀들 등 각각 분명하게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저마다 선수 찾기에 혈안이 된 가운데 최근 두 명의 유망주가 전문가들과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하이트 김상욱(18)과 KTF 우정호(21)가 주인공.
두 선수 모두 신예 시절 팀 내는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기대주로 꼽았지만 실전에서는 유달리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연습 때 기량은 분명 본좌급 인데 실전만 나서면 소위 말하는 방송 울렁증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분명 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유망주들도 겪었던 시련이겠지만 기대주로 주목받던 이들의 흔들리는 행보에 팀의 코칭스태프들도 쉽사리 이들에 장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이들 조차 은퇴에 대한 고민을 했을 정도.
그러나 프로리그 08-09 4라운드가 시작되자 변화가 생겼다. 팀에서는 승리를 위해 내보냈지만 밖에 있던 전문가들과 팬들은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이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고, 이들의 승리가 팀 승리와 직결되며 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먼저 하이트 김상욱의 경우는 주진철 코치의 각별함이 함께 했다. 연습시간에는 A급이상의 기량을 갖고 있던 그지만 실전에만 나서면 준프로게이머만도 못한 경기력으로 좌절을 여러번 경험했던 그에게 주진철 코치는 스승이상의 존재감으로 다가섰다.
전태규 코치의 가세 이후 김상욱을 전담 마크하며 경기 시작인 드론 나누기 부터 세세한 상황 하나 하나를 함께 확인하며 많은 얘기로 김상욱의 기세우기에 나섰다.
주코치의 노력의 결과, 김상욱은 지난 5일 SK텔레콤전서 하루 2승을 추가하며 팀 승리를 견인하더니, 11일 웅진과 경기서도 1-2로 뒤진 4세트때 불리하던 경기를 잡아내며 새로운 저그의 강자로 떠올랐다.
김상욱 역시 주 코치에 대한 감사로 11일 웅진과의 경기가 끝난 후 통상 안쪽부터 도는 하이파이브를 맨 앞에 있는 주 코치와 함께 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4라운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정호의 경우도 KTF 코칭스태프의 각고 어린 결과다. 박카스 스타리그 우승자인 이영호의 연습파트너였던 우정호는 당시 이영호가 "송병구 못지 않은 프로토스가 KTF에 있다"라는 말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주변에 기대와는 달리 우정호의 행보는 기대 이하였다. 방송경기에 나가는 족족 패배를 거듭했고, 개인리그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3라운드 종료 이후 KTF는 우정호에게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강도경 코치를 전담 마크시키면서 우정호의 게임성을 키웠다. 단순하게 경기적인 요소가 아닌 부스안에 들어가서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공식화시켜 키웠다.
이지훈(29) KTF 감독은 "운영적인 측면에서 있던 약간의 문제가 이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도경 코치와 함께 경기 내용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나 하나 상황 자체를 짚어나가고 있다"고 강하게 자신감을 피력했다.
사실 유망주들의 계속적인 육성은 감독들을 비롯해 팀에는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팀 성적이 중하위권 밑으로 떨어질 경우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인들을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바 이지만 성적과 맞 바꿀정도의 모험은 쉽지 않다. 성적은 곧 감독의 수명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모험을 걸어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바로 김택용과 신상문 등이 있다. 지금 이들은 당대 최강의 선수로 꼽히는데 모자람이 없다.
지금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유망주로 꼽히던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고 싶다. 인생에 가장 꽃다운 시절인 10대와 20대 초반에 열정을 다해서 도전하는 e스포츠 세계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포기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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