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맨’ 황은정, “3억 소녀 역할 무조건 내 거다 싶었죠”[인터뷰]
OSEN 기자
발행 2009.05.13 07: 09

현실에 ‘4억 소녀’가 있다면, ‘신데렐라 맨’에는 ‘3억 소녀’ 3억이가 있다!
동대문을 배경으로 현대판 ‘왕자와 거지’를 그린 MBC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맨’에는 ‘4억 소녀’에게 살짝 밀려 매스컴을 타지 못한 불운의 대박녀 ‘3억이’ 황은정이 출연한다. 그 동안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종’,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돌아온 일지매’ 등에서 작지만 눈에 띄는 역할로 대중들의 기억에 각인된 황은정은 이번 드라마에서 동대문 패션 상가에서 일찌감치 성공한 스무 살짜리 당돌하고 맹랑한 처녀로 변신했다.
#서른 살이 스무 살 역을? 죽도록 매달렸죠
늘 해피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는 황은정은 기자와 만나자 마자 캐스팅 비하부터 털어놨다. “3억이 역할 따내려고 4번의 오디션을 거쳤어요. 웬만한 소속사의 신인 연기자들은 총 출동한 오디션 자리였죠. 감독님이 절 보자마자 프로필을 다시 보시더니 ‘서른 살 아냐? 서른 살이 스무 살 여자 연기하겠다고 온거야?’라며 핀잔을 주셨어요.”
사실 나이 때문에 역할이 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긴 했다는 그녀. 하지만 결코 물러설 그녀가 아니다. 황은정은 두 번째, 세 번째 오디션을 거치면서 황은정이 아닌 3억이로 변신해 감독 앞에 섰다. 그리고 네 번째 오디션 후 “촬영장에서 보자”는 감독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어요. 전 한번 꽂힌 역할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영화 ‘실종’ 때 맡았던 다방 레지 역할도 진짜 간절히 바라던 역할이었어요. 3억이에 캐스팅 되고 나서는 캐릭터 연구에 들어갔어요. 스무 살의 나이에 3억을 벌었으니 나이는 어리지만 생존력도 강할테고 독한 캐릭터일 것이다는 가정에서부터 3억이의 배경을 하나 하나 그려나가기 시작했어요”라며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애드리브의 여왕’,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TV를 통해 황은정을 한번 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주체할 수 없는 끼를 한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데뷔 초 뮤지컬로 다져진 노래 실력에 과거 ‘웃찾사’에서 개그우먼으로 활약하던 것을 바탕으로 타고난 입담 실력을 지녔다.
“‘신데렐라 맨’에서 3억이의 대사에는 애드리브가 많아요. 대부분 오대산 역할의 권상우 씨와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이 많은데 서로 애드리브를 받아주느라 정신이 없죠. 지난 8회에서 제가 오대산에게 ‘오빠 어금니 꽉 깨물어’라고 했던 대사와 오대산이 저에게 ‘너는 왜 만날 카피만 입냐?’라는 대사도 즉석에서 만든 애드리브였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방송에 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그녀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라는 사실은 안 봐도 뻔한 사실. 황은정은 “권상우 씨가 한류스타이다 보니 좀 조심스러웠는데, 오히려 말도 먼저 걸어주고 애드리브도 잘 받아줘서 편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권상우 씨에게는 확실히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라며 칭찬도 잊지 않았다.
#처음도 끝도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황은정은 사실 알고 보면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다. ‘장미의 전쟁’을 통해 데뷔한 그녀는 ‘웃찾사’에서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고 ‘맛있는 TV’ 등에서 리포터로도 활약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코믹한 역할이나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 탓에 많은 사람들은 그녀는 연기자가 아닌 개그우먼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황은정은 “저는 시작도 연기자였고, 마지막도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연기자 황은정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영화배우 황은정입니다’라고 소개해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저를 잘 모르지만 나중에는 연기자 황은정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녀는 롤모델로 배우 박해미와 신이를 꼽았다. “캐릭터가 확실한 배우가 좋아요. 다방 레지 역할을 하더라도 ‘황은정이 해서 정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고,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겠지만 하나라도 잘 해보고 싶어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조미료’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리에 빠지면 맛이 심심하잖아요. 극에서 중요한 맛을 첨가해 주는 그런 감칠맛 나는 연기자가 될 테니 꼭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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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호 기자 ym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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