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챔프 SK와 올 시즌 초반 돌풍의 주인공인 LG가 12일 잠실구장에서 5시간 39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사투를 벌였다. 13일 새벽까지 이어진 연장 12회 접전서 SK가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16-10으로 승리,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9회말 공격서 1-9로 8점차의 열세를 한 번에 만회하는 기적을 일으킨 LG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뒤집기 승리 직전에서 분루를 삼켜야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LG로서는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아쉬움은 남지만 한순간의 냉정함을 잃은 결과물이었다. 먼저 9회초 수비 때를 돌아가본다. 8회말 공격서 한 점을 추가해 1-4로 뒤진 가운데 9회초 수비에 들어간 LG는 선두타자로 나선 SK 좌타자 박재상과 다음타자 박정권을 겨냥해 베테랑 좌완 오상민을 구원등판시켰다. 오상민은 첫 타자 박재상에게 안타를 맞아 기대에 못미친채 1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우완 이재영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이재영은 이호준 볼넷, 박경완 삼진, 최정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다음타자 안경현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유격수 실책이 나오면서 3루주자 박재상이 홈인, 한 점을 허용했다. 이후 이재영은 냉정을 잃은 탓인지 폭투와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추가로 4점을 내줬다. 스코어가 1-4에서 1-9로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9회말 공격서 SK의 방심을 틈타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SK가 마무리 정대현을 내리고 2군에서 올라온 좌완 정우람을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투입했으나 연속타를 맞고 실점이 이어졌고 김원형에 이어 이승호까지 줄줄이 마운드에 올려 불을 끄려했으나 불붙은 LG 타선을 막지 못했다. 결국 9-9 동점이 됐다. LG 타선의 불같은 열정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8안타와 3볼넷을 묶어 대거 8점을 뽑으며 기적처럼 동점을 만든 것이다. 마지막 한 방이 터지지 않아 아쉽게 연장전에 돌입한 LG는 10회초 수비서 한 점을 내줘 또 다시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돌아선 말공격서 페타지니가 동점 솔로 홈런을 날려 승부를 더 길게 끌고 갔다. 하지만 LG의 열정은 또 다시 냉정을 잃으면서 막이 내리고 말았다. 10-10으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마지막 이닝인 12회초 수비에서 마지막 투수로 나온 마무리 투수 우규민이 냉정함을 유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첫 상대 타자 모창민의 2루 깊숙한 땅볼 타구를 2루수 박경수가 1루에 원바운드로 송구하면서 실책으로 연결돼 살아나간 뒤 흔들렸다. 다음타자 대타 정상호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준 뒤 후속 안경현의 내야 안타로 1사 1, 3루의 위기가 계속됐다. 계속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음타자 나주환 타석에서는 상황이 더욱 꼬였다. 다음타자 나주환이 스퀴즈 번트 모션을 취하다가 오른손에 공이 맞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김재박 LG 감독이 뛰어나와 심판진에 ‘번트 모션으로 몸에 맞는 볼이 아니다’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속개된 수비서 냉정을 잃은 우규민은 다음타자 김강민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한 뒤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박정권에게 쐐기 2루타를 맞고 총 5점을 더 내줬다. 타자가 일순한 뒤 다시 만난 모창민을 맞혀 우규민은 퇴장됐고 내야수 최동수가 뜻하지 않게 마운드에 올라 박경완을 2루수 플라이로 잡고 긴 수비를 마쳤다. 이미 체력이 소진한 LG로서는 12회말 반격은 허사였고 결국 사투 끝에 16-10으로 패하고 말았다. LG는 달라진 뒷심을 보여주며 명승부를 연출했으나 소득이 없었다. 구원투수들이 2번에 걸쳐 냉정함을 잃은 것이 못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좀 더 냉정함을 유지하고 추가 실점을 최소화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댐이 구멍하나에 무너지듯 실책으로 투수가 쓰러진 경기였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승리 후 “이러한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승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거의 다 승리를 잡은 상태서 동점을 내주고 역전으로 몰고 가는, 이러한 모습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라며 야구의 묘미 뒤에 숨겨져 있는 선수들의 안일한 자세를 꼬집었다. 이 말은 LG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박빙의 승부에서 실책하나, 심판 판정 하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9회 8점차의 리드에서 동점을 허용한 SK 선수들이 역전패의 위기에서 다시 침착함을 되찾은 반면 대역전을 눈앞에 두고 흥분한 LG 선수들이 실책과 판정에 흔들려 무너진 경기였기에 LG 선수들도 반면 교사로 삼아야할 한 판 승부였다. 양팀에 비슷하게 적용된 구심의 오락가락한 판정도 문제였지만 선수들이 좀 더 냉정했어야 했다. 한마디로 LG 선수단에 승부에서는 '냉혈한'이 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이날 경기였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