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불평할 것이 1~2번으로 줄었어요". 히어로즈 3루수 황재균(22)이 최근 부진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계기를 털어놓았다. 황재균은 지난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 앞서 두산선수들이 몸 푸는 모습을 지켜보다 최근 겪고 있는 타격 부진에 대해 "2할5푼까지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린다"며 "앞으로 더 떨어져야 할 것 같다"면서 자책섞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왼팔목에 찬 보라색 팔찌를 내보였다. 통역을 맡고 있는 김치현 씨로부터 선물받았다는 이 팔찌에는 'A complaint free world'라는 영어 문구가 찍혀 있었다. 해석하자면 '불평없는 세상'이다. 황재균은 작년 시즌에 대해 "나에 대한 팀내 평가는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나름대로 발이 빨랐는데 느리다고 그랬고 번트도 잘 댈 수 있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곧 "작년은 머리 속에서 깨끗하게 지웠다"며 "불평이나 불만이 생길 때 이 팔찌를 보라고 그러더라. 그러면 최소 10번 불평할 것을 1~2번으로 줄일 수 있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작년 황재균은 시즌 초반 선발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경쟁에서 밀리며 정성훈이 버티고 있는 3루수 백업요원으로 머물러야 했다. 그러면서 표정은 어두워졌고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아졌다. 이는 고스란히 경기력에 반영됐고 자신이 느끼기에도 실망스럽고 불만스런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주전자리를 확보,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대폭 사라졌다. 작년 겨울부터 긍정적인 생각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했다. 이는 곧 개막 후 17경기 연속 안타행진에 이은 타격 선두에 오를 정도의 뜨거운 성적으로 반영됐다. 4할6푼8리까지 시즌 타율을 끌어올렸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황재균은 이날 3타수 무안타(1볼넷 1삼진)에 그쳐 12일 현재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3할1푼2리까지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황재균은 "이제 불평 불만은 그만하고 경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며 "내려갈 때까지 내려가면 다시 올라올 것이라 믿는다. 상대가 아닌 나와의 경쟁이라 생각한다"고 한층 성숙하고 강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A complaint free world'는 미국에서 시작된 일종의 의식 개선 캠페인으로 만연해 있는 불평을 근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자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