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신종 플루...국제대회 줄줄이 취소
OSEN 기자
발행 2009.05.13 10: 49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미래의 어린이들은 신종 플루에 노출되면서 축구를 관람할 수 없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플루'로 부르는 인플루엔자 A(H1N1)는 재앙에 가깝다. WHO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0억 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빠른 대처에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WHO만큼 신종 플루가 두려운 단체가 있다. 바로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몸과 몸이 부딪쳐 승부를 결하는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과 더불어 대규모 관중이 즐기는 환경이 문제다. 2차 전염이 가능한 신종 플루가 전파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국제 축구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규모가 줄어 들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남아메리카의 챔피언스리그 격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신종 플루의 진원지로 알려진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치바스와 산 루이스가 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대회의 품격에 큰 손상을 입었다. 대회가 취소되는 경우도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 일본, 나이지리아 그리고 멕시코 등 8개국이 참가 예정이었던 말레시이아 트렝카누 인터콘티넨탈컵이 그 시작이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이 검증될 기회였으나 아깝게도 취소되었다. 오는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 예정인 컨페더레이션스컵도 정상 개최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신종 플루의 최대 감염국(전체 4694명 중 2294명)인 미국이 출전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각국의 축구팀은 신종 플루에 대한 두려움으로 친선 경기 혹은 원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야말로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신종 플루다. FIFA가 신종 플루를 비롯한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FIFA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다른 장소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미온적인 대응에 그쳤다. 지난 2003년 사스-코로나 바이러스로 엉망이 된 중국 대신 미국에서 여자 월드컵을 개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런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인종차별에 각국 축구협회에게 대책을 주문했던 FIFA가 신종 플루에도 새로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법 비디오에 나오던 경고 메시지의 패러디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경기장에 출입하지 못하는 미래를 바라지는 않기 때문이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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