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자신있게 꺼내들지 못한다면 지는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두산 베어스의 7년 차 우완 노경은(25)이 이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노경은은 13일 목동 구장서 벌어진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4⅔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6개) 3실점을 기록했다. 5회 클리프 브룸바에게 1타점 좌중간 2루타를 내준 후 고창성(25)에게 바통을 넘긴 뒤 황재균(22)의 1타점 중전 안타가 터져 나오며 노경은의 최종 자책점은 3점이 되었다. 팀은 11-4로 승리했지만 승리 투수란에는 노경은의 이름이 없었다. 6회초 2사 2,3루서 상대 선발 마일영(28)의 폭투로 3-3 동점이 되었기에 패전의 멍에를 쓰지는 않았으나 줄곧 지적받아 왔던 제구 난조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은 경기였다. 이날 노경은은 총 82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 36개, 볼 46개를 던졌다. 22타자를 상대하면서 노경은이 기록한 초구 스트라이크는 12개. 파울과 안타를 제외하면 8개에 불과했다. 코너워크 제구를 통해 타자로부터 유리한 볼 카운트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반증이다. 1회말 덕 클락(33)에게 내준 선두 타자 홈런 때문인지 노경은은 매회 첫 타자들을 자신있게 상대하지 못했다. 2회 황재균의 유격수 직선타를 제외하고는 3~5회 모두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1루를 채워두고 이닝을 시작했다. 어려운 경기가 될 수 밖에 없는 투구였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마운드에서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는 '싸움닭' 투수를 좋아한다. 제 구위를 믿고 거침없이 공을 던지는, 근성있는 투수를 중용하는 지도자인만큼 좋은 구위를 보유하고도 이를 100% 소화하지 못하는 노경은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제구가 되는 코스에 공을 던져야 한다. 기교가 모자라더라도 마운드에서 '타자를 이기겠다'라는 근성을 보이는 투수는 다음에 분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노)경은이는 그런 면에서 아쉬운 투수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노경은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150km를 상회하는 묵직한 직구를 구사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구위를 갖췄더라도 '강심장'으로 타자를 억누르지 못한다면 결국 그 손해는 선수 본인에게 모두 돌아가게 마련이다. 팀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유망주를 한없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