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수혜자인가 피해자인가. 김인식 한화감독이 애타는 5월을 보내고 있다. 공포의 타선을 구축했으나 투수력이 붕괴됐다. 앞으로 남은 시즌을 어떻게 버틸지 모를 정도로 투수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난 13일 대전 KIA전을 마친 김인식 감독은 미팅을 소집했다. 투수들을 상대로 여러가지를 주문했다. 이날 타선이 8점까지 뽑으며 추격했으나 투수들이 모조리 부진에 빠지면서 추가실점, 추격의 힘을 잃고 말았고 결국 8-10으로 패했다. 어찌해볼 수 없는 경기였다. 한화의 팀 방어율은 5.19로 7위에 올라있다. 에이스 류현진도 5승을 거두고 있지만 방어율이 3.86을 마크하고 있다. 김혁민은 4승을 거두었지만 방어율이 7.42에 불과하다. 소방수 토마스 역시 방어율 3.18을 기록중이다. 한 두명 있기 마련인 2점대 방어율 투수는 없다. 문제는 선발투수들 가운데 류현진을 제외하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선발투수를 맞추기도 힘들 정도이다. 기대를 모았던 류원상, 안영명, 김혁민, 윤규진 등 젊은 투수들이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 선발투수로 기용했지만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민철도 2군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팀은 5월들어 2승1무8패로 힘겨운 행보를 펼치고 있다. 4월 한달은 10승9패1무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마운드가 붕괴되면서 6연패를 포함해 부진에 빠져있다. 막강 타선 구축도 김태균의 부상 후유증 때문에 균열이 생겼고 팀 성적도 6위까지 내려앉았다. 김인식 감독은 "그래도 두 팀이나 뒤에 있다"며 농담하고 있지만 "투수진이 정말 걱정이다"며 근심에 휩싸여 있다. 외국인 타자 디아즈를 2군에 내보내고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고 있지만 "좋은 선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즌 도중 좋은 투수 영입은 하늘에 별따기이다. 얼마전 김인식 감독은 이같은 투수력의 부진을 놓고 WBC 부재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대회 도중 투수들의 가능성을 보고 받았는데 막상 복귀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아무래도 내가 팀을 비우지 않았다면 투수진의 문제점을 빨리 알았을 것이고 대비책을 세웠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감독은 WBC 준우승의 쾌거를 일구고 다시 한번 국민감독의 명예를 드높였다. 그러나 일선 감독으로 돌아와보니 한화는 투수력 붕괴라는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이 WBC 수혜자이면서도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듯 하다. 불면의 5월을 보내고 있는 김인식 감독과 한화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