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패' 히어로즈, 김시진 '큰 형님 리더십'에 영향 미치나
OSEN 기자
발행 2009.05.14 09: 40

이제 지켜보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히어로즈 김시진(51) 감독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김 감독은 소위 '큰 형님 리더십'을 통해 히어로즈 선수단을 이끌어왔다. 군림하거나 윽박지르는 지도자가 아닌 다독이고 독려하는 큰 형님과 같은 리더십이 그것이었다. 상하를 강조하는 수직적인 조직보다는 정이 가미된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연패행진은 이런 김 감독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히어로즈는 지난 12일 목동 두산전에서 패하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또 13일마저 패해 6연패 수렁에 빠진 것은 물론 팀 최다연패인 7연패에도 근접했다. 가장 큰 변화는 훈련시간이다. 지난 12일 목동 두산전에 앞서 평소 오후 3시 정도부터 시작하던 훈련시간을 40분 앞당긴 2시 20분부터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훈련이 1시부터라는 점은 사실상 훈련시간이 2시간이나 당겨진 셈이다. 평소 내지 않던 큰소리가 자주 들리고 있다. 김 감독은 앞으로 "투수훈련에 있어 모자란 부분이 있을 경우 좀더 관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직접 방망이를 들고 정민태 투수코치에게 전임했던 투수들의 훈련 부분을 총괄하기 시작한 것이다. 펑고를 통해 투수 한 명 한 명의 수비연습, 동작까지 일일이 체크할 정도로 시작부터 그 수위가 높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든 정 코치 뿐 아니라 다른 코치들도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이미 지난 4일 송지만, 이숭용 등 베테랑을 2군으로 내려 보내 무언의 경고를 보낸 만큼 그 화살이 코치진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김 감독의 말 속에서도 냉정함이 묻어나고 있다. "선수 한 명을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코치들은 각 선수들의 폼을 따라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당장 눈앞에 없을 때 그 선수를 떠올리면 '뭘 하겠구나'라고 예상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말했나 하면 "코치들은 결국 선수들이 잘해줄 때 지도력에 빛을 발할 수 있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팀이 이길 수 있는지, 그 상황에서 무엇이 최상의 선택인지 선수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치진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어이없는 플레이에 대해서는 일일이 선수 이름과 상황까지 복기해 설명했다. 이는 곧 선수단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앉아 휴식을 취하는 선수를 찾아볼 수가 없다. 여유가 느껴졌던 시즌 초반과는 전혀 다른 진지함이 감돌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의 리더십 색깔에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그동안 김 감독이 보여준 대인배 같은 리더십은 선수단으로부터는 전폭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주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마냥 등을 두드려주고 포옹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팀 분위기는 다른 팀보다 좋을 지 몰라도 긴장감이 떨어져 팀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패에 빠졌을 때는 오히려 더 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의 리더십을 선수단이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믿고 써주시는데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김 감독에 대한 선수단 의지와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전체 분위기를 '큰 형님' 모드로 제시한 것에 대해 선수들은 그 속의 편안함에 경쟁의식이나 정신적인 무장을 스스로 무장해제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를 통해 여지없이 결과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의 성적표는 구단 내 김 감독의 입장에서도 곤란하다. 아직 메인스폰서 문제를 해결짓지 못한 채 동분서주하고 있는 히어로즈 구단 측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올 시즌에 대비해 가장 좋은 전지훈련 캠프 조건을 만들어줬다. 현대시절 사용하던 브래든턴의 야구장 시설을 이용했고 일본 가고시마 캠프까지 갔다왔다. 선수들의 연봉조건도 나아졌다. 할 수 있는 전폭적인 지원은 다한 셈이다. 결국 "성적이 안좋아서 나올 수 있는 말"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 성적이 전부를 말해주는 프로라는 세계에서 김 감독의 부분적 색깔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큰 맥락에서 '형님 같은 리더십'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최하위 성적표를 통해 김 감독의 리더십은 묵묵하게 뒤를 받쳐주던 형님이 아니라 이제는 직접 앞장 서서 이끌어가는 저돌적인 형님 리더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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