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포수 부문 골든 글러브(2001, 2004년)를 거머 쥐며 국내 최정상급 안방마님으로 군림했던 홍성흔(32, 롯데)이 바라보는 지명타자는 힘겨운 그 자체. 지난 13일 사직 삼성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홍성흔은 짧은 한 마디로 지명타자에 대한 어려움을 표현했다. "포수보다 힘들다". 그는 "지명타자라는 포지션이 얼핏 보면 편해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순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경기 중 계속 뛰며 컨디션을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지명 타자로 출장 중인 홍성흔은 경기가 끝난 뒤 사직구장에서 러닝 훈련을 소화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으나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일종의 자율 훈련이라고 보면 적절할 듯. 삼성 지명타자 양준혁(40)은 내야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것도 다를 바 없다. 투지의 의미도 있지만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자체가 일종의 훈련인 셈. 흔히 수비를 병행해야 타격감도 향상된다고 한다. 부족한 훈련량을 위해 스스로 자신을 단련시키는 것. 홍성흔이 "양준혁 선배는 대단하다"고 추켜 세우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올 시즌 부진과 부상 속에 자존심이 상한 홍성흔은 1군 복귀전(12일 사직 삼성전)에서 천금같은 결승타를 터트렸다. "로이스터 감독의 배려 덕분"이라는게 홍성흔의 생각. 그는 "로이스터 감독이 아니었다면 2군에 있었을 것"이라며 "1군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면 12일 경기가 어색했을 것이다. 같이 운동하며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포수에 대한 미련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제 포수는 싫다. 시켜준다고 해도 안 한다". 그러나 끼많은 그답게 한 마디 던졌다. "올스타전에서 이벤트삼아 포수로 뛸 의향은 있다". what@osen.co.kr [관련 기사] ▶ '강타자 듀오' 홍성흔-가르시아, '부활 조짐'에 5월 대반격 기대 ▶ '홍성흔 결승타' 롯데, 삼성꺾고 최하위 탈출 ▶ 홍성흔, 1군 엔트리 합류 ▶ 롯데 단장, "홍성흔,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 홍성흔, 허벅지 통증으로 1군 제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