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미완의 대기’ 전병두(25, SK)의 변신.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 위한 날갯짓이 시작된다. SK 와이번스의 좌완투수 전병두가 변화를 통해 새로운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올시즌 초반 투구폼에 수정을 가한 전병두는 제구력 향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 전병두는 5회까지 삼진 6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지 못해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음에도 침착하게 카운트를 잡아나간 점이 눈에 띄었다. 안정된 제구력이 뒷받침됐다는 증거다. 전병두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큰 변화는 투구 시 백스윙이다. 이전까지 전병두의 특징은 팔이 접힌 상태로 백스윙이 된다는 점이었다. 공을 릴리스 포인트에 가져갈 때까지 팔의 궤적이 짧았던 것이다. 최근 전병두의 투구폼은 백스윙을 크게 돌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팔을 편 상태에서 궤적을 늘려 팔의 회전을 좀더 이용하고 있다. 이것이 올해 눈에 띄는 변화다. 그동안 전병두는 제구가 불안한 투수였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장착하고 있었으나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 던지다가도 볼넷을 연거푸 내줘 스스로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기록상으로도 전병두는 제구력이 뛰어나지 못한 투수였다. 지난해 33이닝 동안 25개의 볼넷과 29개의 삼진을 기록해 삼진/볼넷 비율이 1.16이었다. 지난 2007년에는 볼넷이 더 많아 0.64라는 수치를 남겼다. 반면, 올해는 14일 현재 10볼넷-27삼진으로 2.70까지 향상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삼진을 잡을 때도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절묘한 코스에 찔러 넣어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투구폼 변화에 대해 전병두는 “지난 2007년 왼쪽 팔꿈치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투구폼 때문인 것 같아 그동안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봤는데, 모두 실패했었다. 스프링 캠프 때까지만 해도 예전의 폼 그대로였다가 시범경기 때부터 바꿨다. 감독님이 팔을 좀더 올려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라며 동기를 설명했다. 전병두는 “팔 스윙을 크게 돌리는 것과 동시에 하체를 이용하는 투구를 하고 있다. 그랬더니 제구가 잘 되고 있다. 구속 면에서는 폼을 바꾸기 전과 비슷한 것 같다” 며 변화에 따른 효과에 대해 말했다. “어제(12일) 경기에서도 직구가 좋지 않았는데, 슬라이더 제구가 잘 되서 버틴 것 같다” 는 말도 덧붙였다. 김상진 SK 투수코치는 “전병두는 팔이 특이하게 올라오는 스타일이었다. 지금 전병두 자신은 팔을 엄청나게 크게 돌리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 본인이 느끼는 변화의 정도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뒤, “공 스피드는 아직 들쭉날쭉 하지만 제구력이 좋아졌다” 고 평가했다. 뒤이어 “대부분의 동양 투수들은 하체로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전병두가 그런 케이스다. 팔 스윙뿐만 아니라 하체를 이용한 투구를 하기 시작했다” 며 전병두의 또 다른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03년 프로에 데뷔해 두산-KIA를 거치며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지 못한 전병두. 지난해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이제 변화를 통해 거듭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