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가 장난 아니에요. 이강철 선배를 보는 것 같다니까".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베어스 필드서 유망주들의 투구를 지도 중인 권명철 두산 베어스 2군 투수코치가 한 사이드암 투수의 투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은 원광대를 졸업하고 신고 선수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우완 사이드암 오현택(24)이다. 180cm 73kg의 체격으로 대학 시절 1년 후배 구본범(23. 한화)과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던 그는 직구 구위의 아쉬움으로 인해 드래프트서 고배를 마신 뒤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오현택의 지난 시즌 2군 성적은 16경기 1패 2세이브 1홀드 평균 자책점 4.95다. 전반기에는 투구폼을 바꾸는 데 힘을 기울이느라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던 만큼 2009시즌이 사이드암 오현택의 본격적인 검증 기간이라 봐도 무방하다. 권 코치는 오현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재 1군에 고창성(25)외에는 잠수함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오)현택이는 (고)창성이와 달리 직구가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커브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 마치 이강철(현 KIA 투수코치) 선배의 커브를 보는 느낌을 준다. 2군에서는 아주 좋은 마무리로 활약 중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현택의 올 시즌 2군 성적은 12경기 7세이브 1홀드 평균 자책점 2.74(13일 현재)로 뛰어난 편이다. 현재 2군 북부리그서 오현택보다 더 많이 세이브를 획득한 선수가 없을 정도. 2005시즌 1군서 8승을 거뒀던 잠수함 김성배(28)가 발등 부상 후 투구 밸런스를 되찾는 중이라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오현택의 존재는 두산 2군에 더없이 반갑다. 지난 13일 이천서 벌어진 LG 트윈스 2군과의 경기 도중 불펜에서 몸을 가다듬던 오현택은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험난한 2군 생활을 긍정적인 태도로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비췄다. "프로 미지명 이후 두산에 어렵게 들어간 뒤 권 코치께서 '사이드암으로 확실하게 전향하는 것은 어떻겠냐'라고 권유하셨어요. 원래 대학 시절에는 약간 스리쿼터에 가까웠거든요. 구속을 높이기보다 무브먼트를 살리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스리쿼터 투수는 싱킹 패스트볼 등 땅볼 유도형 구질을 더 쉽게 구사할 수 있으나 직구 구속이 140km에 미치지 못하면 난타당하게 마련이다. 타자 눈높이에 맞는 궤적으로 직구가 날아오기 때문에 이는 배팅볼 그 이상이 아닌 공으로 전락한다. 2009시즌 초반 오현택의 활약을 보면 사이드암 전향은 분명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느린 커브의 움직임이 좋은 만큼 평균 130km대 초반에 그치는 직구의 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었고 이는 23이닝 동안 1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뛰어난 완급 조절형 투구로 나타났다. 두산 2군에서는 오현택이 정식 선수 등록이 가능한 6월 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올시즌 1군의 유일한 잠수함 고창성이 팀이 치른 31경기 중 무려 20경기에 출장했다는 이유도 있을 뿐더러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린 선수가 기량을 인정받아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육성군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군 등록 이야기요.(웃음) 먼저 신고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는 게 우선이죠. 시즌을 시작하면서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라는 각오로 훈련에 임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신고 선수에게는 많은 기회를 주기가 어려우니까요. 올 시즌에 모든 야구 인생을 걸었습니다". 오현택에게 목표를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한 뒤 두 가지 이야기를 밝혔다. 하나는 1군 무대에 서고 싶다는, 2군 선수들 모두의 공통된 목표였으며 하나는 2군 무대서 세이브 타이틀을 획득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갑작스레 1군 무대에 올랐다가 사라지기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훗날 1군의 주축 투수가 되고 싶다는 '야심'이 담겨 있었다. "저도 1군 마운드를 밟고 싶어요.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 2군 북부리그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확실히 기량을 연마해 진정한 1군 전력이 된다면 팀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