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유격수 수비에 능한 강정호(22, 히어로즈). 방망이가 말을 안 듣는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글러브까지 그를 외면하고 말았다. 지난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유격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강정호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찾아온 기회를 모두 날렸을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렀다. 최근 5경기에서 3홈런 포함, 19타수 8안타(0.421)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강정호에게 이날은 유난히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적시타는 커녕 진루타 한 번도 때려내지 못했다. 히어로즈가 1-2로 뒤지던 2회말. 첫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1사 3루의 기회를 맞이했다. 외야 뜬공 하나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강정호가 잘 맞춘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땅볼에 그쳤다. 양 팀이 2-2로 맞선 4회에는 1사 만루의 ‘밥상’ 이 차려진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구를 야심 차게 공략한 것이 빗맞는 바람에 3루수 파울 뜬공으로 잡혔다. 곧이어 5회에도 찾아온 2사 만루의 기회. 2-5로 끌려가던 히어로즈가 4-5까지 따라붙은 직후였다. 삼세번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의지로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또다시 유격수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강정호에게 주어진 기회는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타석에서 평정심을 잃은 강정호는 믿었던 수비에서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두산의 7회 공격에서 선두타자 민병헌이 친 공은 내야에 높이 솟았다. 유격수 강정호가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었던 타구. 그러나 불안한 모습으로 뒷걸음질치던 강정호는 급기야 공을 놓쳤다. 순식간에 무사 2루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강정호의 심리상태가 경기를 더 이상 뛰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낀 김시진 감독은 투수교체와 동시에 강정호를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최근 수비 조직력까지 무너져 연패에 빠진 히어로즈로서는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강정호의 실책이 뼈아프게 다가왔을 터. 강정호의 실책 직후, 오재원의 번트 타구를 잡은 투수 이상열도 3루에 악송구하는 실책을 연달아 저질렀다. 지난 7일(목동 KIA전) 경기 전, 김 감독은 “요즘 이상하게 강정호에게 한 경기에 두 번 정도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놓치게 되면 나중에는 수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 말한 바 있다. “그래도 계속 경기를 내보내면서 지켜봐야 한다. 강정호의 성격상 부진하다고 경기를 쉬게 하면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라는 결론을 내린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의 우려가 일주일 만에 현실로 드러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호는 꾸준히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강정호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어로즈에게 있어 강정호의 공백이란 수비의 중심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