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박명환' 연상케 한 홍상삼
OSEN 기자
발행 2009.05.15 10: 20

3연승의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그의 모습에는 고교 12년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파이어볼러' 홍상삼(19. 두산 베어스)이 묵직한 구위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비췄다. 홍상삼은 지난 14일 목동 구장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최고 149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을 구사하며 4⅓이닝 6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4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임태훈(21)에게 넘겼다. 올 시즌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4.15(14일 현재)로 평균 자책점이 상승한 홍상삼은 10여 년 전 마운드서 가능성을 타진하던 박명환(32. LG 트윈스)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구폼이나 모습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묵직한 직구를 갖추고도 아직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치 않아 아쉬운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10여 년 전 박명환을 연상케 한다. 1996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두산의 전신 OB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던 박명환 또한 '영점'이 확실히 잡히기 전까지 피안타, 탈삼진률이 높지만 피사사구 또한 많은 편이던 투수였다. 1998년 14승 11패 평균 자책점 3.23을 기록하며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박명환은 9이닝 당 탈삼진률 8.71(187이닝-181탈삼진)에도 삼진 당 볼넷(KK/B, 181탈삼진/112 볼넷)이 1.62에 불과한 동시에 폭투가 많은,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는 투수였다. 3경기에 등판했을 뿐인 홍상삼이지만 그 또한 9이닝 당 8.79(14⅓이닝-14탈삼진)로 탁월한 구위를 과시 중이다. 홍상삼이 기록한 2.33의 K/BB는 제구력이 뛰어났다기보다 실투가 다소 많았다는 데에 이유가 있다. 홍상삼 또한 2할4리로 굉장히 좋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어 데뷔 초기 2할대 초반의 탁월한 피안타율을 기록한 박명환과 너무도 흡사한 비율 스탯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 박명환을 지도했던 김인식 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워낙 구위가 좋은 선수였지만 제구력이 아쉬웠다. 2001년 이후 제구력이 잡히면서 한때 손민한(34. 롯데)-배영수(28. 삼성)와 함께 국내 최고 우완 3인방의 반열까지 올랐던 것"이라며 박명환의 90년대 투구를 떠올렸다. 10여 년전 박명환의 투구 내용은 현재 팀의 4선발로 기회를 얻고 있는 홍상삼의 그것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홍상삼에 대한 질문에 "거시적 시점에서 지켜봐야 한다. 1~2경기를 잘 던졌다고 그게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홍상삼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팀의 명운을 홍상삼의 어깨에 성급하게 달아 놓기보다 유망주가 경험을 쌓아가면서 안정된 제구력을 장착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홍상삼은 이제 데뷔 후 1군서 3경기에 등판했을 뿐인 투수다. 그러나 경기력으로 보여진 그의 모습은 고교 대선배의 입단 초기와 비교해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중한 경기 경험을 통해 한 걸음 씩 나아가고 있는 홍상삼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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