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목동구장에서 나온 ‘22-17’의 믿어지지 않는 스코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난타전으로 예고된 ‘핸드볼 스코어’였다. 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양팀의 전력을 살펴보면 빚어질 수 있는 결과였다. 부실한 선발 마운드, 거기에 더 부실한 불펜진, 그리고 활화산처럼 타오른 방망이와 수비 실책 등이 어우러져 공격 관련 신기록들이 쏟아졌다. 한 경기 최다득점(39점), 최다 루타(84개), 최다 안타(40개) 등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난타전으로 기록된 경기였지만 당사자인 양팀 관계자들의 마음은 답답했다. 패한 히어로즈도 그렇고 이긴 LG도 마찬가지였다. 양팀의 현재 부실한 전력을 고스란히 드러낸 한 판이었기 때문이다. ▲‘홈런공장장’ 선발 투수들의 맞대결 목동구장은 올 시즌 ‘홈런공장’으로 떠오른 곳이다. 외야로 공이 떴다 하면 넘어가기 일쑤였다. 때문에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이다. 올 시즌 현재 총 67개의 홈런포가 터져나와 대전구장(53개)를 뛰어넘고 있다. 이런 곳에 선발로 나선 양팀 우완 투수들은 올 시즌 ‘홈런공장장’의 오명을 쓰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한 LG 우완 선발 정재복은 이날 경기전까지 총 12개의 홈런포를 허용, 이 부문 1위였고 히어로즈 왕년의 에이스인 우완 김수경도 11개로 2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둘은 1회부터 홈런포를 허용하며 조기에 무너졌다. 정재복은 홈런 2방 등 2이닝 7실점을 기록한 채 강판됐고 김수경도 홈런 2방 등으로 3이닝 5실점하고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둘은 올 시즌 높은 방어율과 부진한 성적으로 5이닝을 채우는 것이 목표였지만 초반에 무너졌다. 정재복은 2승, 김수경은 1승에 그치고 있다. ▲부실한 양팀 불펜진 일찌감치 불펜 대결로 들어갔지만 ‘믿을맨’ 없는 양팀이었다. 두 팀 모두 최근 연패를 하면서 부실한 불펜으로 인한 패배가 많았기 때문이다. LG는 선발진이 호투한 뒤에도 불펜이 무너져 4연패 중이었고 히어로즈도 불펜진이 허약해 7연패를 기록중이었다. 결국 부실한 불펜진이 조기에 투입되면서 핸드볼 스코어는 계속된 것이다. LG는 구원투수들인 이재영(6실점)-김광수(1실점)-류택현(1실점)-정찬헌(1실점)-우규민(1실점) 등이 줄줄이 점수를 내줬다. 히어로즈는 한 술 더 떴다. 4회 8-5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불펜진이 총가동됐으나 허사였다. 강윤구(3실점)-김성현(4실점)-조용훈(0실점)-이상렬(2실점)-이보근(3실점)-김영민(5실점) 등 조용훈을 제외하고 전부 대량실점했다. ▲활화산처럼 터진 불방망이들 양팀 모두 공격력은 만만치 않은 팀들이었다. 목동구장처럼 작은 구장에서는 언제든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히어로즈는 노장들의 방망이가 초반에 불을 뿜었다. 최근 2군에 갔다온 베테랑 송지만이 홈런 2방을 날린 것을 비롯해 이날 처음 마스크를 쓴 현역 최고령 포수 김동수가 홈런 한 방 포함 2루타 2개 등 공격을 주도했다. 여기에 신세대 황재균이 홈런 2방을 터트려 히어로즈는 총 5발의 홈런포를 가동했다. 히어로즈가 뽑은 17점이면 웬만한 경기선 승리해야하는 점수이다. 하지만 LG의 방망이는 더 거셌다. FA 영입파인 이진영과 특급 용병 페타지니가 선봉에 섰다. 이진영은 홈런 2방 포함 3안타 5타점, 페타지니는 만루 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박용택이 2방, 권용관이 1방 등 총 6발을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프로야구 역대 11번째로 ‘팀사이클링 홈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3회말 5실점의 빌미가 된 LG의 수비 실책도 최다 스코어에 한 요소가 됐다. 한마디로 이날 경기는 양팀 투수력과 화력이 빚어낸 목동구장의 예고된 핸드볼 스코어였다. sun@osen.co.kr 목동구장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