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이제 그만
OSEN 기자
발행 2009.05.17 09: 17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미리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큰 일이 터진 후에 후회하는 말을 빚댄 표현이다. 최근 판정에 대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e스포츠 리그를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소신 있는 심판의 판정 보다는 딱딱하고 융통성 없는 규정에 의해 애궂은 팬들과 선수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표적인 판정에 대한 문제는 지난 달 하이트와 STX 경기 중 신상문의 'PP'와 지난 13일 스타리그 36강서 두 경기 연속 몰수패를 당한 박태민의 경우. 특히 박태민은 경기 시작 40초만에 'A'키 입력 오류로 몰수패 처리되며 팬들의 관심을 집중, 다음 아고라의 주제로 올라올 정도였다.
소신있는 몇몇 인사들이 사고 전에 의견을 꺼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답없는 메아리 뿐이었다. 결국 한국e스포츠협회는 일이 터진 다음 헤진 옷을 수선하듯 여기저기 바느질하기 바쁠 뿐이었다.
신상문의 'PP' 입력 오류이후 규정을 개정했던 협회가 이번 박태민 건에 대해서도 규정을 개정한다는 얘기가 솔솔 흘흘 나오고 있다. 주먹구구식 땜질식 운영의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매 번 사태가 터질 때마다 회의를 소집해 규정 개선을 시도하지만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측도 답답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경기국의 소극적인 움직임에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나서지 못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평소 경기인들의 의견을 모여야 하는데 사실상 공식적으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다. 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e스포츠 판에서 더 이상 전문가는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위 관계자들의 말대로 현재 경기인들의 의사 진행기구는 전무한 상황. 한국e스포츠협회서 프로리그나 개인리그에 대한 의결은 사무국 회의나 전략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에서는 경기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는 사무국 회의를 통해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연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의 입장 처럼 충분히 의사가 전달되고 있는지 물음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겉보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들이 사실은 속 빈 강정은 아니었는지 항상 왜 뒤늦게 땅을 치는게 진정한 현 상황이 아닌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결국 찬 서리를 맞는 것은 한국e스포츠협회도 경기인들도 아닌 팬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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