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채널과의 경쟁에서 절대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케이블 방송의 전략은 자극적, 선정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의 선정성과 자극적 설정이 도를 지나치면서 ‘케이블 같은 지상파’라는 불명예가 뒤따르고 있다. 케이블 채널은 해외 프로그램 판권을 사 편성하는 것과 자체 제작 프로그램, 재방송이 대부분이다. 특히 자체 제작 프로그램은 제작비 등 열악한 제작환경으로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 따라가기가 대부분이다. ‘재용이의 순결한 19’ ‘현장 토크쇼 택시’ ‘막돼먹은 영애씨’ 등 케이블 만의 실험정신과 재기발랄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무한걸스’ ‘엠티왕’ ‘다녀오겠습니다’ 등은 인기 예능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의 아류도 적지 않다. 문제는 케이블 만의 고유 코드였던 선정성과 자극성에 익숙한 시청잗를의 눈길을 끌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도 강도 높은 설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 방송에서 본 듯한 프로그램이 지상파에 신설되기도 한다. 뜨거운 감자가 됐던 SBS 파일럿 프로그램 ‘황금나침반’은 현대판 카사노바와 실제 텐프로에서 일하고 있는 여대생을 게스트로 초청해 논란이 됐다. 이는 얼핏 tvN에서 방송되고 있는 ‘화성인 바이러스’와 비슷한 포맷으로 보인다. ‘화성인 바이러스’ 역시 ‘꽃미남 무속인’ ‘잘생긴 얼굴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남대생’ ‘엄친아’ ‘미인대회 중독녀’ 등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게스트에게 훈계조라면 후자는 독특한 그들의 삶을 관망하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역시 케이블 채널의 토크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스타급 게스트들의 출연만은 ‘지상파급’이다. MC들의 막말, 게스트 배려가 아닌 막대하기, 어수선한 진행 등은 오히려 프로그램만의 특색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케이블 방송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케이블 시장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정성과 자극성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초기 사업 단계에서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크다”고 자평했다. 한편 지상파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고민이 많다. 이들은 “웬만큼 자극적이거나 참신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은 쉽지 않다. 결국 자극적인 설정일지라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