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면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다'. 그것도 하루에 체력과 집중력을 높여 투지를 불살라야 할 때 선발이 초반부터 무너져 버리면 그 피로감은 야수진과 계투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어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17일 잠실 구장서 올 시즌 첫 더블헤더를 치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도합 4명의 선발 투수들이 모두 클리닝 타임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않으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 바람에 양 팀은 투수진 운용이 극도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오후 2시에 막을 올린 1차전서부터 양팀 선발은 난타전을 예고하며 타자들의 기를 살려주었다. 1차전 두산 선발 정재훈(29)은 1회 내야 수비 불안 속에 4점을 내주는 등 5이닝 동안 9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6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삼성이 1차전 선발로 꺼내든 프란시스코 크루세타(28) 또한 152km에 이르는 빠른 직구를 보여줬으나 2⅓이닝 동안 무려 6개의 사사구를 내주는 끝에 4피안타 6실점으로 난조를 보인 뒤 김상수(22)에게 바통을 넘겼다. 정재훈과 크루세타의 강판은 결국 계투진의 조기 투입을 야기시켰다. 삼성의 좌완 승리 카드인 권혁(26)은 팀 승리를 지키며 홀드를 따냈으나 더블 헤더 1차전서 2⅔이닝 동안 39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두산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정재훈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임태훈(21)은 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고 뒤를 이은 고창성(25)도 19개의 공을 던졌다. 4번 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금민철(23)은 현재 팀 내 1군서 유일한 좌완 원포인트나 마찬가지임에도 3이닝 동안 38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분투했다. 8-6 삼성의 승리로 1차전이 끝난 뒤 20분의 짧은 휴식 후 오후 6시 19분 경 시작된 2차전도 다를 바가 없었다. 두산과 삼성은 현재 1선발이나 다름없는 김선우(32)와 윤성환(28)을 내세웠으나 이들도 '함량 미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선우는 3⅔이닝 8피안타 5실점으로 삼성 타선에 농락당했고 이는 5회 이후 등판이 익숙하던 이재우(29)의 조기 투입을 불러왔다. 이재우는 4회 위기를 넘겼으나 5회 최형우(26)에게 볼넷, 양준혁(40)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하는 등 1사 2,3루 위기를 자초한 뒤 채태인(27)에게 좌익수 키를 넘는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삼성은 예상보다 빨리 투입된 이재우 공략에 성공하며 7-6 역전점을 뽑아냈다. 이재우가 2⅓이닝을 소화한 뒤 두산은 1차전에서 25개의 공을 던진 임태훈을 또다시 마운드에 올리는 고육책을 택했다. 김선우보다 조금 더 오래 버텼을 뿐 윤성환도 마찬가지였다. 윤성환 또한 1회 최준석(26)에게 역전 좌월 스리런을 허용하는 등 1회 4실점, 2회 2실점하며 초반에 집중적으로 맞은 뒤 5회 좌완 조현근(24)에게 공을 넘겼다. 윤성환의 경기 성적 또한 4이닝 7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6실점(5자책)으로 실망 그 자체였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1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지고자 꿈꾸는 투수들은 굉장히 많다. 이날 2경기에 모두 등판, 1차전 6-8경기의 패전 투수가 된 동시에 2차전 8-7 승리를 이끄는 등 '고생이 많았던' 임태훈은 평소 "나도 선발 보직을 맡으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라며 주저 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투수다. 한 경기를 책임지고 4~5일 간의 휴식이 제공된다는 메리트도 있다. 그러나 선발 투수가 갖는 혜택 속에는 '경기 당 되도록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계투진의 피로도를 줄여야 한다'라는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17일 잠실 더블헤더는 '선발 투수의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일깨워 준 2경기였다. farinelli@osen.co.kr 김선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