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영화산책] 결국 입소문이 결정타를 때린걸까.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개봉 3주째 관객 동원에서 날개없이 추락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박쥐'는 12만 4180명 관객으로 박스오피스 5위로 뚝 떨어졌다. 무엇보다 개봉 첫 주 80만명 스코어가 둘째 주 21만, 세째 주 12만명 등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 게 문제다. 누적 관객수는 모두 200만명. 박찬욱 감독의 고정 팬과 국내 예술영화 애호가들을 더해 봤을 때 3주째 스코어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개봉 전후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세간의 관심이 이 영화에 쏟아지면서 일반 상업영화 관객들도 다수 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예술과 상업 영화의 경계선상에 놓인(사실 작가주의적 경향으로 볼 때 예술 쪽으로 더 치우친) '박쥐'가 마케팅 전략을 영화의 상업적 성격 이상으로 과대포장한 덕을 톡톡히 봤다. '공동경비구역 JSA'과 '올드보이' 등 복수극 3부작 등 화제작을 연달아 냈던 박찬욱 감독의 이름값도 컸고 금상첨화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장까지 손에 쥐었다. '박쥐'가 난해한 영화일수 있다는 일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말 관객 홍수를 이룬 배경이다. 그러나 대다수 영화의 롱런 여부는 관객 입소문에 영향을 받는 2주차 성적에서 가려진다. '기대 이하'와 '역시 박찬욱'이란 양극단의 평가를 받은 '박쥐'는 2주 앞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7급공무원'에게 덜미를 잡히며 하락세를 드러냈다. 그리고 3주 째. '박쥐'의 관객 하락률은 이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도 큰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졌다. 이미 '박쥐'를 향한 칸 마케팅도 할 만큼 했다는 게 영화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칸국제영화제 첫 상영 때 관객 기립박수, 박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레드카펫에 쏟아진 환호, '타임' 등 세계 언론으로부터의 호평 등 화려하게 포장된 소식들이 지난 주 내내 보도됐지만 국내 관객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앞으로 박찬욱 감독은 국내 흥행에서 김기덕 홍상수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고뇌를 맛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찬욱의 작품은 일반 상업영화와 분명히 다르다'는 인식이 전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보다 더 멀리, 더 크게 퍼져나간 이유에서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