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볼 것 없다". 밀렸지만 전체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SK는 지난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더블헤더 두 경기를 1승 1패로 마쳤다. 그러나 앞서 지난 15일 가진 첫 경기에서 2-5로 패한 것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1승 2패로 뒤졌다. 결국 2승3패1무로 KIA에게만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밀리게 됐다. 무엇보다 15일 첫 경기에서 SK는 12회 연장까지 간 끝에 최희섭, 김상현에게 백투백 홈런포, 이현곤에게 적시타를 맞고 완벽하게 침몰했다. 불펜의 필승조 이승호, 채병룡까지 투입하고도 졌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SK는 여전히 여유가 넘친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번 5월 목표 승수를 14승으로 잡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꼭 KIA라는 상대팀을 의식하기보다 전체 맥락에서 승수를 쌓아가겠다는 뜻이다. 윤길현, 이재원 등 한국시리즈 2연패 전력이 대거 빠진 SK 상태에 대해 김 감독은 시즌 전부터 "올해 SK와 작년 SK는 전혀 다른 팀"이라면서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달 목표를 세워 승패에 좀더 신경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잡을 수 있는 경기는 실리를 확실하게 챙길 것이라는 의미다. SK는 지난달 14승6패3무로 승패수가 '+5'였다. 무승부가 패전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24승10패4무를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승패수가 '+10'로 상승했다. 이번 달만 10승을 거뒀으니 이제 남은 12경기에서 4승만 거두면 소기의 월 목표 달성에 성공하는 것이다. 좀더 세분화 한다면 SK는 매주 3승 3패 혹은 4승 2패 전략으로 들어선다. 이번 주는 4승 2패가 목표였다. 그런데 LG전을 모두 싹쓸이함에 따라 이번 KIA전에서 1승만 거뒀어도 4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더블헤더 1차전에서 이를 달성했다. 이는 곧 마운드 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5일 경기에서 선발 카도쿠라 켄이 7이닝을 소화한 뒤 이승호, 채병룡을 투입하며 경기를 잡으러 들어갔다. 1승만 거두면 이번 주 목표를 달성하는 만큼 남은 더블헤더 경기에서는 부담없이 쉽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12회초 채병룡이 홈런 두 방을 얻어맞으며 흐름을 넘기고 말았다. 그래서 SK는 17일 더블헤더 1차전을 잡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다행히 에이스 김광현이 무려 11개의 안타를 허용할 정도로 좋지 않았지만 125개의 투구수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만약 졌다면 더블헤더 2차전에는 채병룡, 이승호를 가동해서라도 이겼어야 했다. 결국 더블헤더 1차전 승리로 채병룡과 이승호는 휴식을 취했다. 대신 그동안 믿음을 주지 못하던 김원형, 가득염, 정우람을 시험할 수 있었다. 김원형은 선두타자 KIA 신인 안치홍에게 3루타를 얻어 맞았지만 박기남을 삼진처리했다. 이어 가득염은 1⅓이닝을 가볍게 막았다. 정우람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김 감독은 "일단 4승 2패 전략에서 4승을 거뒀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KIA에 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승패수를 볼 때는 매달 '+' 승수를 달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쌓이면 시즌 후반에는 엄청나게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부분에서는 손해를 봤지만 전체에서는 필승조에게 휴식을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다음 경기인 대구 삼성, 문학 두산전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현재 SK는 상대팀이나 순위에 초점을 두기보다 매주 혹은 매달 승패수를 늘리는데 주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KIA에 밀리고도 웃는 SK였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