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특유의 당돌함이 묻어나왔다. 나이 답지 않은 담력과 묵직한 직구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임태훈(21. 두산 베어스)이 다시 승부 근성을 불태우며 계투진의 기둥으로 우뚝서고 있다. 임태훈은 지난 17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에 모두 등판, 1승 1패를 거뒀다. 1차전서 ⅔이닝 동안 25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던 그는 불과 5시간도 안되어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36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고의사구 1개) 무실점 쾌투를 보여주며 승리를 따냈다. 구위 면에서는 두 경기 모두 큰 문제가 없었다. 임태훈은 모두 140km대 중후반의 직구를 선보였으나 1차전서는 빠른 대결을 하려다 도리어 맥이 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6회 1사 후 김상수(19)를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커트 본능을 보여준 스윙으로 인해 8구까지 대결을 펼친 임태훈은 결국 좌중간 2루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후속 타자 박한이(30)는 맥이 풀린 임태훈의 초구를 그대로 공략, 7-6이 되는 우전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2차전서는 달랐다. 앞서 자신을 흔들어놓은 김상수를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재회한 임태훈은 두 번의 파울 커트에도 아랑곳 없이 제 구위를 그대로 가져갔다. 결국 김상수는 임태훈의 공에 배트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후 임태훈은 8회말 나온 정수빈(19)의 밀어내기 볼넷 결승타점 덕분에 시즌 3승 째를 올렸다. 경기 후 임태훈은 "그동안 관전만 했던 더블헤더를 직접 뛰어보니 힘들다"라며 "원래 낮경기에 약한 편이라 1차전에 집중하려 했는데 공이 높게 날아가다보니 패전 투수가 되었다. 2차전 때는 1차전 패배를 '복수'한다는 생각으로 채상병(30) 선배의 미트만 보고 던졌다"라고 밝혔다. 2차전서도 김상수의 파울 플라이 이후 박한이가 우중간 2루타를 때려냈음을 감안했을 때 김상수와의 대결이 경기의 승부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시즌 후 임태훈에게 공을 건네주고 주무기 그립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직구와 여러가지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등의 그립을 보여주었던 임태훈은 대답이 끝난 이후에도 공을 만지작거리며 쥐는 감각을 계속 익혀놓고자 노력했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가 얼마나 야구에 투철한 의식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시즌 초반 난조와 발목 부상을 딛고 3승 1패 3홀드 평균 자책점 3.75(18일 현재)를 기록하며 두산 계투진의 중추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임태훈. 귀여운 외모 뒤에 놀랄만한 근성과 성실함을 숨겨둔 그가 올 시즌 후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