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성에 장타력까지 가미하며 발전을 이어가고 있는 김현수(22. 두산 베어스). 그러나 그의 타격에는 또 하나의 벽이 버티고 있다. 올시즌 4할1푼4리(1위, 19일 현재) 8홈런(공동 7위) 31타점(5위)을 기록 중인 김현수는 지난 시즌에도 3할5푼7리(1위) 9홈런 89타점(5위) 168안타(1위)의 성적표를 받으며 팀 타선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그를 지켜보는 김경문 두산 감독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하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서 호되게 당하긴 했으나(21타수 1안타) 잘 견뎌낸 뒤 올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에는 큰 스윙을 하면서 공을 골라내 치다보니 삼진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현상도 많이 없어졌다". 실제로 지난 4월 한 달 간 삼진 당 볼넷 비율 0.80(12볼넷/15삼진)을 기록했던 김현수는 5월 들어 11개의 볼넷을 고르는 반면 단 4개의 삼진을 당하는 데 그치며 제 선구안을 찾았다. 힘을 싣는 스윙에도 선구안은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무결점' 타격을 선보이는 것 같은 김현수에게도 분명 약점은 있다. 바로 왼손 투수를 상대로 턱없이 위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김현수의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은 2할1푼4리(56타수 12안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김현수는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고 마구 안타를 때려내는 '기계'였다. 지난 시즌 김현수는 좌완을 상대로 3할2푼5리(166타수 54안타), 우완 상대 타율 3할8푼1리(273타수 104안타)에 잠수함 투수에게 3할2푼3리(31타수 10안타)로 고른 타율을 선보였다. 힘과 순발력을 갖췄기에 스탠스가 무너진 상황서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김현수는 2009시즌 오른손 정통파를 상대로 69타수 40안타(5할8푼)를 기록하며 컴퓨터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탯을 기록 중이다. 좌투수를 상대로 2할 대 초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4할 대 고타율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탁월한 오른손 투수 공략에 있다. 김 감독이나 김현수를 4시즌 째 지도 중인 김광림 타격코치는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긴 타격을 선보이며 힘을 더 싣고자 하는 타격을 하고 있다"라며 현재의 김현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 이승엽(33. 요미우리)의 팀 동료이기도 한 알렉스 라미레스(35)의 야쿠르트 시절과 비슷한 타격이다. 오른손 거포인 라미레스는 야쿠르트 시절 떨어지는 변화구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오른손 투수의 슬라이더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일본 야구 관계자들은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기 때문에 탁월한 힘을 갖추고도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라미레스의 타격을 평했다. 김현수의 경우는 라미레스의 데칼코마니로 보기는 힘들다. 손목을 쓰는 기술이 좋아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고 있기 때문. 그러나 김현수는 현재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는 배트 중심에 맞추지 못하며 왼손 투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어린 나이에 정말 잘 해주고 있다. 그러나 너무 장타에 의식해 오버 스윙을 펼치기보다 필요한 순간에는 팀 배팅을 해주는 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범인(凡人)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연습량을 통해 실력을 키운 김현수가 어떤 모습으로 '좌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